龍의 해 맞은 드래곤시티…精氣 받으려 결혼·출산 '붐'
용은 중화권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신성시돼 왔다. ‘드래곤시티(Dragon city)’로 불리는 홍콩의 상징 역시 용으로, 홍콩인들은 용의 해인 올해 더욱 힘찬 한 해를 시작했다.

홍콩에도 설날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있다. 세배는 하지 않지만 손아래 친척이나 직원들에게 봉투에 넣은 현금을 주는데, 이 돈을 광둥어로 ‘길하다’는 뜻인 ‘라이씨(利是)’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세뱃돈을 소박한 봉투에 담지만 홍콩에서는 봉투가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빨간색, 또는 금색 봉투를 사용한다.

봉투 표면에는 그해의 12간지에 해당하는 문양이나 복을 기원하는 문장을 새기기도 한다. 올해는 용의 해를 맞아 화려한 용 문양의 봉투가 많이 사용됐다. 세뱃돈, 축의금과 같은 복돈을 넣는 봉투에는 ‘길하다’는 의미를 지닌 빨간색이 많이 사용되는데, 올해는 유난히 부와 권력의 상징인 금색 용 문양 봉투가 많이 사용됐다.

용의 정기를 얻으려는 신혼부부들도 많다. 풍수를 깊이 믿는 홍콩인들은 용의 해에 결혼을 하면 부(富)와 사랑이 돈독해진다고 여긴다. 홍콩 결혼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는 윤달까지 겹치면서 예식을 올리려는 부부가 지난해보다 약 15% 늘었다.

해마다 길일(吉日)을 택해 식장을 예약하려는 경쟁이 심한 터에 올해는 경쟁이 한층 심해져 예식장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용은 황제, 또는 황제의 권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혼식도 전통 황실의 복장을 착용하는 등 황실 분위기로 치르는 커플도 많다.

용의 해에는 베이비 붐도 나타난다. 홍콩인들은 태어난 해의 12간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와 성공을 의미하는 용의 해에 출산을 하려 한다. 홍콩의 최대 재벌 리카싱과 차기 행정장관으로 지목되는 거물 정치인 헨리 탕 역시 용띠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음해가 뱀의 해이기 때문에 출산을 기피해 출산율이 더욱 높아진다. 용띠 해였던 1988년과 2000년 홍콩 출산율은 전년보다 각각 7.8%와 5.6% 증가했다. 올해도 병원 예약이 어려운 상태다.

베이비 붐으로 바빠진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 홍콩에서는 전통적인 산후 조리가 매우 중요시돼 산후 조리 전문 도우미들이 있다. 올해 출산 전문도우미를 찾는 가정이 작년보다 20~30% 증가하면서 산후 도우미들도 귀한 몸이 됐다. 도우미 월급은 작년의 8500홍콩달러보다 약 40% 높아져 올해는 1만2000홍콩달러 수준이 됐다. 한국 돈으로 약 50만원 오른 셈이다.

용띠 아기들은 좋은 운뿐 아니라 입학, 취업 등에서 치열한 경쟁의 운명을 타고 난다. 좋은 사립학교들은 입학 전부터 줄을 서야 하는데다 홍콩 내 대학 진학 역시 쉽지 않다. 부모들은 기쁜 만큼 걱정도 많지만 ‘용의 기운으로 헤쳐나가리라’ 믿고 있다고 한다.

홍콩과 용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매년 음력 5월5일 열리는 ‘용선 축제’다. 용의 머리로 장식한 배에 약 20여명이 타서 커다란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어 경주한다. 초나라 때 강에 빠진 충신 굴원의 시체를 찾기 위해 시작됐다가 축제로 변했다. 해마다 성대하게 열리는 용선 축제가 올해는 용의 해를 맞아 더욱 화려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龍의 해 맞은 드래곤시티…精氣 받으려 결혼·출산 '붐'
올해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유럽의 경기 부진이 예상되지만 ‘용(중국)의 강력한 꼬리’에 비유되는 홍콩은 4%의 경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음력 설을 쇤 뒤 첫날 주식시장 역시 강세를 보이며 힘차게 시작했다.

홍콩의 유명 풍수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홍콩은 올해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 속에 용을 타고 험한 비구름을 헤쳐 나갈 전망’이다. ‘아시아의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역동적 도시 홍콩이 한국과 함께 아시아 경제 성장에 힘을 싣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손수득 <KOTRA 홍콩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