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 테마주' 소극(笑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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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증권부 기자 u2@hankyung.com
지난해 6월 사진 한 장이 증시를 뒤흔들었다. 눈 부위가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등산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이 남성이 상장회사 대현의 신현균 대표이사인데, 문 상임고문과 함께 등산하는 사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대현은 단번에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주가도 1000원대에서 4220원까지 치솟았다. 그 뒤 사진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검찰은 23일 위조 사진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서른 살 투자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치 테마주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테마주는 신약 개발, 풍력 등과 같이 성장성이 높은 특정산업의 종목군을 통칭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가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이유없이 이상급등하는 종목군을 지칭하게 됐다.
누구보다 정치 테마주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대주주들은 주가가 아무 이유없이 뛰자 앞다퉈 보유지분을 팔고 있다. 아가방컴퍼니 대주주는 최근 보유지분 6% 이상을 장내에서 팔아 310억원을 손에 쥐었다. 아가방은 2010년 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복지 화두를 꺼내면서 ‘박근혜 테마주’에 포함됐다. 주가는 순식간에 10배 뛰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재단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내에서 주식을 팔아 약 500억원을 마련했다. 대현의 신 대표도 주가가 이상급등했을 때 15만주를 평균 3856원에 매도해 5억7840만원을 현금화했다. 이 과정에서 개미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
그렇다고 지분을 매도한 대주주를 마냥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높을 때 팔아 현금화하는 대주주가 거품인 것을 알면서 달려드는 개미들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도덕적으로 모럴해저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지만, 정치 테마주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정치 테마주는 소멸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럴수록 피해를 입는 개미투자자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속도전이 중요하다.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시세를 조종한 사람을 하루빨리 잡아내야만 ‘소극(笑劇)’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조진형 증권부 기자 u2@hankyung.com
테마주는 신약 개발, 풍력 등과 같이 성장성이 높은 특정산업의 종목군을 통칭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가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이유없이 이상급등하는 종목군을 지칭하게 됐다.
누구보다 정치 테마주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대주주들은 주가가 아무 이유없이 뛰자 앞다퉈 보유지분을 팔고 있다. 아가방컴퍼니 대주주는 최근 보유지분 6% 이상을 장내에서 팔아 310억원을 손에 쥐었다. 아가방은 2010년 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복지 화두를 꺼내면서 ‘박근혜 테마주’에 포함됐다. 주가는 순식간에 10배 뛰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재단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내에서 주식을 팔아 약 500억원을 마련했다. 대현의 신 대표도 주가가 이상급등했을 때 15만주를 평균 3856원에 매도해 5억7840만원을 현금화했다. 이 과정에서 개미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
그렇다고 지분을 매도한 대주주를 마냥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높을 때 팔아 현금화하는 대주주가 거품인 것을 알면서 달려드는 개미들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도덕적으로 모럴해저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지만, 정치 테마주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정치 테마주는 소멸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럴수록 피해를 입는 개미투자자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속도전이 중요하다.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시세를 조종한 사람을 하루빨리 잡아내야만 ‘소극(笑劇)’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조진형 증권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