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좋은 당신, 맞춤구두 신었군요!
스타일 좋은 당신, 맞춤구두 신었군요!
새 신발을 사면 한동안 길을 들이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새 운동화도, 훈련소에 들어가 지급받은 전투화도, 첫 출근을 앞두고 산 정장구두도 그랬다. 뒤꿈치가 까지고 물집이 잡혀도 내 몸을 신발에 길들이는 데 익숙했던 셈이다. 나를 위해 제작한 맞춤 구두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중년 신사나 정·재계 고위층만 신는 것처럼 인식됐던 맞춤 구두가 자신에게 투자하려는 직장인 남성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성품과 맞춤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는 ‘반맞춤’ 구두 또한 합리적 가격으로 인기다.

금강제화의 서울 명동 본점을 찾아 ‘헤리티지’ 맞춤구두를 체험해 봤다.

○장인의 손길… 완전맞춤(비스포크)

완전맞춤 구두인 헤리티지 ‘비스포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예약부터 해야 한다. 소비자가 매장에 오기 어렵다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발의 주요 부위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 발 모양을 그려 꼼꼼하게 수치를 잰다. 헤리티지 컬렉션이 보유한 30종 이상의 스타일과 가죽 종류를 바탕으로 상담을 통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2주일 뒤 염색에 들어가지 않은 중간 단계인 가봉(시침바느질) 상태의 제품을 장인들이 가져와 발에 잘 맞는지 확인한다. 이후 염색한 천연가죽을 알코올로 닦아 살짝 벗겨내고 크림을 덧바르는 식의 가공 과정을 3주일가량 추가로 거친다. 주문부터 완제품을 받기까지 평균 5주일이 걸린다.

비스포크 서비스가 99만원이고 여기에 신발값은 별도여서, 총비용은 최소 140만원대가 된다.

○합리적 선택… 반맞춤 구두 어때요

발 모양이 특이해 웬만한 기성품은 잘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면 값이 저렴하면서도 선택 폭이 다양한 반맞춤 라인을 이용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헤리티지에는 ‘세븐’ 라인(37만5000원)과 ‘블랙’ 라인(50만~150만원대)이 반맞춤 제품이다.

헤리티지 세븐은 7종의 디자인을 기본 스타일로 갖추고 있다. ‘맨하탄’ ‘맨체스터’ ‘마드리드’ 등 각 제품명은 남성을 상징하는 맨(man)을 상징하는 ‘M’으로 시작하는 7개 도시명에서 따왔다. 여기에 2만5000원을 추가하면 취향에 따라 10종의 가죽과 3종의 밑창 중에 골라 주문 제작을 하는 방식이다. 주문 제작을 하면 2주일가량 소요되며, 구두 안쪽에 이니셜을 새겨준다.

○걷는 습관까지 꼼꼼히 상의하세요

스타일 좋은 당신, 맞춤구두 신었군요!
반맞춤 라인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일반적인 스타일을 골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부위별 재질을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끼는 소비자들은 기성품 자체로 구매해 가는 경우도 많다.

이영미 금강제화 홍보팀 대리는 “맞춤 구두가 처음이라면 기본 스타일을 두세 족 갖춘 뒤 다음 단계의 구두로 확장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구두를 맞출 때 자신의 직업, 생활 패턴, 보행 습관 등이 어떤지 잘 설명하고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굳이 먼저 얘기하지 않아도 현재 신고 있는 구두만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눈치챌 수 있다고 한다. “주인이 걸어온 흔적을 고스란히 담는 것이 신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현우/민지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