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가뜩이나 적자인데"
제당업계는 이에 대해 최근 원당시세가 안정되고 있지만, 아직도 적자상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동남아에서 직수입 방침
농림수산식품부는 경쟁촉진과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탕 직수입에 나선다고 26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미 태국 등 동남아에서 들여온 설탕 샘플 20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이달 중에 1차로 1만t을 발주하기로 했다. 또 시장상황을 감안해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수입량을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수입 물량을 실수요 업체에 원가로 공급해 가공식품의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가공식품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음료가 10~15%, 과자 8~10%, 빵·빙과 3~5% 정도다.
농식품부는 국내 설탕시장이 3개 제당회사가 소비량의 97%를 공급하는 과점 구조여서 직수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원당가격은 지난해 1분기 당 675달러에서 올해 1월 530달러로 21.5% 하락했지만, 국내 설탕가격은 작년 3월 ㎏당 1127원으로 9.8% 인상된 이후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지적이다.
◆설탕가격 떨어질까
정부가 직수입하겠다는 물량이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설탕의 순도 등 품질을 감안할 때 국산 설탕과 수입산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수입물량이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시중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에 들어가는 설탕과 다른 과자에 들어가는 설탕은 다르다”며 “가격경쟁력이 크면 수입품을 쓸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의 특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설탕의 가격은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국산 제품과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기준으로 국내 판매가격보다 최대 10%가량 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당업체 관계자는 “일본 식품업체가 중국 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공급받을 때 해당 제품에 한국산 설탕을 사용하도록 할 정도로 국산 설탕의 품질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이 품질 리스크를 안으면서 수입산을 적극 사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당 3사는 연간 130만t~135만t을 생산해 이 중 45만가량을 매년 수출하고 있다.
국제 원당가격은 작년 11월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제당업체들은 6개월 전 가격으로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가격 하락분은 오는 4~5월께나 시중 판매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제당업체들은 내다봤다.
◆제당업계는 적자에 시달려
제당업계는 정부가 설탕을 직수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제당업체 관계자는 “설탕 원가비중이 70%를 넘는 원당값 상승분을 설탕값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난해 제당 3사의 설탕 사업부는 모두 수백억원씩의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들어 적자폭이 줄어든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설탕담당 임원들이 옷을 벗는 상황까지 빚어진 마당에 정부가 국내 설탕값이 비싸다고 설탕을 직수입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김철수/임현우/서보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