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을 일주일 앞둔 26일 야권 지지자들이 여당 후보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3선에 반대하고 공정한 대선 실시를 촉구하며 모스크바 시내에서 ‘인간띠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현지언론들은 “시위자들이 시내 중심을 둥글게 감싸 도는 환상도로인 ‘정원 고리’의 인도를 따라 서로 손을 맞잡고 서서 인간띠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권력의 중심인 크렘린궁을 시위대가 포위하는 모양을 취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시내로 몰려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16km에 이르는 정원 고리 도로를 따라 인간띠를 만들어 갔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옷에 ‘푸틴없는 러시아를 위하여’ 구호가 적힌 흰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흰색 백합꽃과 고무풍선을 손에 든 사람들도 있었다. 시위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됐다.

경찰은 이날 인간띠 시위에 모두 1만10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극좌 성향의 정치 단체 ‘좌파 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참가자들이 정원 고리를 모두 둘러쌌다” 며 “3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인간띠 시위에 야당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리슈코프, 보리스 넴초프, 일리야 야쉰, 유명 야권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야권 성향의 여성 TV 앵커 크세니야 소브착 등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야권이 인간띠 시위를 벌이는 일부 구간에선 친(親) 크렘린계 청년 단체 소속 회원들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또다른 푸틴 지지자들은 ‘푸틴은 모두를 사랑한다’는 글귀가 적힌 붉은색 고무풍선이나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리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반대 진영과 지지 진영 간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시위로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에 항의하고 푸틴의 3선 도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해온 야권은 일단 대선 전 시위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야권은 대선 다음날인 5일부터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