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못다핀 꽃' 활짝 피워드릴게요
“일본 정부의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잊혀져 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못다 핀 꽃’을 활짝 피워드리고 싶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근처의 한 커피숍.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지역사회를 돕는 비영리단체 사이프(SIFEㆍStudents In Free Enterprise) 소속 대학생들이 분홍색 하얀색 보라색 등으로 만들어진 ‘의식팔찌 3종세트’를 선보였다. 의식팔찌는 미국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암 극복 후 암환자 후원금 모금을 위해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수천만개가 판매됐다.

김대중(25·고려대 국제학부) 박병주(27·영어영문) 씨 등 SIFE 회원 7명은 지난해 말부터 의식팔찌 제작에 들어가 최근 완료했다.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씨는 “팔찌에 적혀있는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는 ‘할머니들의 못다 핀 꽃을 우리가 피워드리겠다’는 의미”라며 “젊은 세대의 기부를 통해 할머니의 ‘꽃’을 함께 피우자는 의미를 담아 3ㆍ1절에 맞춰 만든 상품”이라고 말했다.

234명의 위안부 할머니들 중 생존자는 56명. 지난해에만 16명이 숨졌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들은 끝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달리했다. 사이프 학생들은 이 같은 상황이 안타까워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위안부 문제를 홍보하려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한데 시민모임은 재정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한다”며 “기념품 사업을 통해 단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말 꾸려진 의식팔찌 제작팀은 대구에 있는 시민모임을 여러 번 찾아 사업을 계획했다. 또 팔찌에 들어갈 ‘블루밍 로고’도 김현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의 조언 아래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비전공자들이지만 직접 팔찌 디자인에 뛰어들고, 생산 업체를 찾기 위해 발이 닳도록 안양 등지를 뛰어다녔다. 홍보를 위한 팸플릿은 강주연 씨(24·산업정보디자인)가 담당했다. 이렇게 몇달 만에 의식팔찌 5000개를 만들었다. 이들은 한 개 당 2000원에 트위터(twitter.com/thepjtblooming) 등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3ㆍ1절에 맞춰 팔찌를 생산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조금이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