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관리 45년 노하우 살려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이끌어야
수자원 관리 45년 노하우 살려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이끌어야
21세기 물산업이 20세기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블루 골드(blue gold)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물시장은 매년 약 6.5%의 급속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이와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25년 글로벌 물시장 규모는 8650억달러(10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물시장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및 가뭄 피해 속출로 하천의 종합적 개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물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21세기 ‘블루 골드 시장’을 주도할 유망 첨단 기술을 실용화해야 한다. 첨단 여과막, 스마트 물 관리 등 해외 물시장을 주도할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정보통신 분야 기술과 물 관리 기술을 융합한 한국형 고유 기술을 개발해 해외 기술과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나라 물산업은 정부 주도의 상·하수도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왔다. 물산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10조원)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운영 중인 광역상수도 사업은 전국적인 통합 운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물 운영 기술과 수질 분석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하수도 보급률이 각각 92.7%, 88.6%에 달해 신규 확장 중심의 국내 물산업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
수자원 관리 45년 노하우 살려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이끌어야
수자원공사는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도 다목적댐 건설 및 운영관리를 통해 지난 40여년간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최근 4대강 살리기,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을 통해 유역 및 수문 조사 기술, 지진감시 시스템, 치수이수 관리, 홍수관리 시스템, 홍수 예경보 시스템, 수력발전, 발전 통합운영 시스템 등 통합 유역관리 관련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수자원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계획, 지역 개발, 재해 안전, 수자원 확보 등을 포괄하는 종합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물 관리 기술로 무장한 대표적인 플래그십(flagship) 프로젝트라고 할 만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획득한 물 관리 분야 기후변화 적응 기술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물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수자원 관리 45년 노하우 살려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이끌어야
국내 물산업의 해외 진출에 있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주 경쟁력을 확보한 건설업이다. 이 분야는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플랜트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수주 구조가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해외 건설 수주 경쟁력을 기반으로 민간 건설업체와 공공 부문의 운영기업이 해외 물 인프라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해외 진출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수자원공사와 민간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이 이런 협력 경영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수자원 관리 45년 노하우 살려 국내 물산업 해외진출 이끌어야
상·하수도 분야 국내 물산업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 맡고 있어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곤란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물 전문 공기업이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해외 진출의 앵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에서는 PUB와 메코로트(Mekorot) 등 물 관련 공기업이 물산업 클러스터를 주도함으로써 국가 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국에 산재한 물 인프라 운영시설과 전문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물산업 분야 연구·개발과 신기술 실증을 해 나가면 국제경쟁력을 갖춘 물산업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