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 업체가 작년 같은기간 보다 2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상장 종목들도 대거 포함되며 신뢰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업체는 30곳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16곳)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와 달리 한화, SK텔레콤, SK가스, SK C&C, 국동, 우리들제약, 키스톤글로벌, 중국원양자원, 동부제철, 동양강철 등 코스피 상장업체 10곳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피 업체는 세아홀딩스, 알앤엘바이오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올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업체들 중에서는 기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공시를 지연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코스닥업체인 에이프로테크놀로지와 CU전자는 위반사항 중 공시불이행, 공시변경 두 건 모두에 해당됐다.

특히 대기업인 SK그룹 3개사(SK텔레콤, SK가스, SK C&C)와 한화도 올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낙인이 찍혀 파장이 컸었다.

SK그룹 3개사는 횡령혐위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허위공시를 사유로 벌점 3점을 부과받았다. 한화는 임원 등 배임혐의 확인 후 공시를 미룬 것으로 밝혀져 벌점 7점이 부여됐다.

올해 불성실공시법인이 지난해 대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적용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관련 규정이 크게 변화된 점은 없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기관들의 규정도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가 대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그간 코스닥시장에 몰아쳤던 '신뢰 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신성장기업부 등 네개 소속부로 나뉘면서 불성실한 상장 업체들을 대거 걸러내는 효과가 있었다"며 "코스닥 업체의 경우 매를 먼저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상 앞으로 강화된 규정에 적응 못하는 상장 업체들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다만 투자자에게는 미리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