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탕 직수입 영업' 파문…중소 수입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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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앤비글로벌 등 수입상 "거래처 왜 빼앗나" 발끈
aT "가격안정 위해 4만5000t 수입·판매 불가피"
aT "가격안정 위해 4만5000t 수입·판매 불가피"
정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탕 직수입을 추진하면서 영세 수입상의 국내 거래처를 빼앗아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설탕 수입업체를 통해 외국산 설탕을 공급받던 식품업체 상당수가 수입상과의 납품협상 진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aT와 수입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수입 1위 업체인 이앤비글로벌이 한 제과·제빵업체와 추진했던 설탕 공급계약 협상이 지난주 중단됐다. aT가 이달 하순부터 태국 등에서 대량의 설탕을 수입, 식품업체에 원가로 제공하겠다며 직접 영업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수입업체가 수입설탕 샘플 검사까지 거친 대형 발효유업체엔 aT가 또다시 샘플을 보내면서 역시 공급 협상이 보류됐다. 최숭기 이앤비글로벌 사장은 “한 대형 식품업체는 aT의 직수입 발표 이후 구매량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앤비글로벌과 거래를 했거나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던 7개 식품업체 가운데 3개사가 협상을 일시 중단했으며, 나머지 4개 업체와의 협상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최 사장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수입업체 임원도 “팥앙금을 만드는 식품재료업체와 연매출 300억여원 규모의 중견 제빵업체에 수입 설탕을 제공하는 협상이 계약 직전단계까지 진행됐으나 지난주 aT의 직수입 발표 직후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정부가 원가로 수입설탕을 팔겠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식품업체들이 ‘(aT와 수입업체의 설탕) 가격차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설탕 수입상과 식품업체 간 협상이 중단·연기된 것은 aT가 수입설탕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방침 외에 기존 수입상의 거래처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 설탕수입 경험이 없는 aT가 수입업체들로부터 수입노하우를 자문받는 과정에서 “수입업체들의 기존 거래처는 영업 대상에서 빼달라”는 수입상의 요청을 수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 시비까지 불거질 조짐이다.
aT 설탕수급안정대책단 관계자는 “설탕 수입업무를 처음 해보는 건 사실”이라며 “올해 할당관세(일시적 무관세)를 통해 수입할 4만5000여의 물량을 원활히 판매하기 위해선 국내 식품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 할당관세 적용물량을 10만으로 잡았으나 실제 수입된 설탕은 2만에 불과해 국내 설탕값을 낮추려는 정책효과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직수입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수입설탕은 국내산과 품질이 달라 모든 제품에 바로 쓸 수 없다”며 “지난해 상당수 식품업체에 테스트 물량을 보내 제품적용 테스트를 거쳤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거쳐 새로 수입산을 사용하기로 한 기업이 늘어나 올해 수입상을 통한 전체 설탕 수입물량을 5만여으로 예상했는데, 정부가 뛰어들면서 설탕 수입을 추진 중인 30여개 영세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설탕이 과점화된 국내산 설탕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정부가 직접 무역상 역할을 하고 나서면서 수입업체들의 자생력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입업체들이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은 ㎏당 970원 내외로 국산(1100원 선)보다 12%가량 싼 편이다. 국내 설탕 소비량은 연간 90만 수준으로, 제당 3사가 생산하는 135만여 중 나머지 45만은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설탕 할당관세 물량을 10만으로 정하고, aT를 통해 일부 물량을 직수입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 할당관세
quota tariff. 수입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특정 수입품의 일정 할당량에 대해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 안에서 관세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도록 한 제도.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 돼지고기 밀가루 등에 이 제도를 적용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4일 aT와 수입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수입 1위 업체인 이앤비글로벌이 한 제과·제빵업체와 추진했던 설탕 공급계약 협상이 지난주 중단됐다. aT가 이달 하순부터 태국 등에서 대량의 설탕을 수입, 식품업체에 원가로 제공하겠다며 직접 영업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수입업체가 수입설탕 샘플 검사까지 거친 대형 발효유업체엔 aT가 또다시 샘플을 보내면서 역시 공급 협상이 보류됐다. 최숭기 이앤비글로벌 사장은 “한 대형 식품업체는 aT의 직수입 발표 이후 구매량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앤비글로벌과 거래를 했거나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던 7개 식품업체 가운데 3개사가 협상을 일시 중단했으며, 나머지 4개 업체와의 협상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최 사장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수입업체 임원도 “팥앙금을 만드는 식품재료업체와 연매출 300억여원 규모의 중견 제빵업체에 수입 설탕을 제공하는 협상이 계약 직전단계까지 진행됐으나 지난주 aT의 직수입 발표 직후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정부가 원가로 수입설탕을 팔겠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식품업체들이 ‘(aT와 수입업체의 설탕) 가격차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설탕 수입상과 식품업체 간 협상이 중단·연기된 것은 aT가 수입설탕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방침 외에 기존 수입상의 거래처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 설탕수입 경험이 없는 aT가 수입업체들로부터 수입노하우를 자문받는 과정에서 “수입업체들의 기존 거래처는 영업 대상에서 빼달라”는 수입상의 요청을 수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 시비까지 불거질 조짐이다.
aT 설탕수급안정대책단 관계자는 “설탕 수입업무를 처음 해보는 건 사실”이라며 “올해 할당관세(일시적 무관세)를 통해 수입할 4만5000여의 물량을 원활히 판매하기 위해선 국내 식품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 할당관세 적용물량을 10만으로 잡았으나 실제 수입된 설탕은 2만에 불과해 국내 설탕값을 낮추려는 정책효과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직수입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수입설탕은 국내산과 품질이 달라 모든 제품에 바로 쓸 수 없다”며 “지난해 상당수 식품업체에 테스트 물량을 보내 제품적용 테스트를 거쳤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거쳐 새로 수입산을 사용하기로 한 기업이 늘어나 올해 수입상을 통한 전체 설탕 수입물량을 5만여으로 예상했는데, 정부가 뛰어들면서 설탕 수입을 추진 중인 30여개 영세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설탕이 과점화된 국내산 설탕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정부가 직접 무역상 역할을 하고 나서면서 수입업체들의 자생력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입업체들이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은 ㎏당 970원 내외로 국산(1100원 선)보다 12%가량 싼 편이다. 국내 설탕 소비량은 연간 90만 수준으로, 제당 3사가 생산하는 135만여 중 나머지 45만은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설탕 할당관세 물량을 10만으로 정하고, aT를 통해 일부 물량을 직수입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 할당관세
quota tariff. 수입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특정 수입품의 일정 할당량에 대해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 안에서 관세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도록 한 제도.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 돼지고기 밀가루 등에 이 제도를 적용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