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푸틴의 때아닌 부국강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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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푸틴의 승리는 ‘강한 러시아’ 전략의 승리였다. “러시아 민족은 정복자 DNA를 타고 났으며 구소련의 영광은 재현될 것”이라는 그의 정치 구호에 러시아인들은 환호했다. 1999년 체첸전쟁을 일으키면서 민족주의의 대중 선동력을 일찌감치 터득했던 푸틴이다. 지금은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프랑스 공화정을 다시 세운 드골의 ‘역사적 사명’이란 화두를 자주 인용한다.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의 예스맨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그는 레닌과 스탈린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푸틴말고도 강국이라는 구호를 즐겨쓰는 후보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사르코지는 유럽 위기에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강한 프랑스’를 지켜내기 위해 4월22일 대선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국수주의의 표상인 잔 다르크의 생가를 방문해 민족통합의 영웅이라고 찬양하기도 한다. 그의 지난 대선 때 캐치프레이즈는 ‘일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자’였다.
지구촌 선거철 민족주의 바람
하지만 강국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서 강국을 꿈꾸고 있는 정치가라면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은 유럽연합(EU) 금융위기 해결을 주도하면서 대처 수상과 맞먹는 철의 여인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건전성 준수를 무기로 EU 각국의 재정 규율을 강화하고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하는 그의 의지에서 냉철함과 사려깊음이 읽힌다. 외교면에서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아예 대놓고 사르코지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EU 정상들이 사르코지의 정적인 올랑드 후보를 만나지 않겠다고 공약하게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다.
EU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제 통합에서 정치통합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각국의 정치 권력이 브뤼셀로 옮겨지는 패러다임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유럽 연방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유럽 연방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있는 메르켈이다.
그는 “보다 강력한 유럽을 보고싶지 약화된 유럽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독일 유권자들은 환호한다.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초 45%에서 올해 1월 63%까지 상승했다. 유로화 지지율도 지난해 10월 41%에서 올 1월 53%로 12%포인트 올랐다. 물론 히틀러에 이은 독일 제4제국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유럽 언론에서 흘러나온다.
인력·자원이 많이 모이면 强國
지금 독일 경제는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가 5~7%를 유지한다. 수출 호황을 바탕으로 독일의 성장률은 2011년에 3.0%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2월 기준 6.8%다. 튼튼한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 덕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폴란드에서도 스페인에서도 고급인력들이 흘러들어온다. 이미 남부유럽국가에선 독일어 학원이 영어 학원을 제쳤다. EU 국가 사람들에게 베를린은 당나라시대의 장안으로 꼽을 정도다.
산업이 발전하고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는 곳에 인력과 자원이 모인다. 실리콘밸리에는 IT 인력이, 뭄바이에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모인다. 이런 허브를 많이 가진 곳이 바로 강국이다.
메르켈의 정치적 입지도 이런 기반에서 나온다. 정치적 선동과 수사(修辭)로 강국이 되지 않는다. 푸틴과 사르코지의 강국론은 내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 국가들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주변국만 힘들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다. 제조업이 살아야 한다.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푸틴말고도 강국이라는 구호를 즐겨쓰는 후보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사르코지는 유럽 위기에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강한 프랑스’를 지켜내기 위해 4월22일 대선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국수주의의 표상인 잔 다르크의 생가를 방문해 민족통합의 영웅이라고 찬양하기도 한다. 그의 지난 대선 때 캐치프레이즈는 ‘일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자’였다.
지구촌 선거철 민족주의 바람
하지만 강국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서 강국을 꿈꾸고 있는 정치가라면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은 유럽연합(EU) 금융위기 해결을 주도하면서 대처 수상과 맞먹는 철의 여인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건전성 준수를 무기로 EU 각국의 재정 규율을 강화하고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하는 그의 의지에서 냉철함과 사려깊음이 읽힌다. 외교면에서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아예 대놓고 사르코지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EU 정상들이 사르코지의 정적인 올랑드 후보를 만나지 않겠다고 공약하게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다.
EU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제 통합에서 정치통합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각국의 정치 권력이 브뤼셀로 옮겨지는 패러다임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유럽 연방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유럽 연방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있는 메르켈이다.
그는 “보다 강력한 유럽을 보고싶지 약화된 유럽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독일 유권자들은 환호한다.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초 45%에서 올해 1월 63%까지 상승했다. 유로화 지지율도 지난해 10월 41%에서 올 1월 53%로 12%포인트 올랐다. 물론 히틀러에 이은 독일 제4제국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유럽 언론에서 흘러나온다.
인력·자원이 많이 모이면 强國
지금 독일 경제는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가 5~7%를 유지한다. 수출 호황을 바탕으로 독일의 성장률은 2011년에 3.0%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2월 기준 6.8%다. 튼튼한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 덕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폴란드에서도 스페인에서도 고급인력들이 흘러들어온다. 이미 남부유럽국가에선 독일어 학원이 영어 학원을 제쳤다. EU 국가 사람들에게 베를린은 당나라시대의 장안으로 꼽을 정도다.
산업이 발전하고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는 곳에 인력과 자원이 모인다. 실리콘밸리에는 IT 인력이, 뭄바이에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모인다. 이런 허브를 많이 가진 곳이 바로 강국이다.
메르켈의 정치적 입지도 이런 기반에서 나온다. 정치적 선동과 수사(修辭)로 강국이 되지 않는다. 푸틴과 사르코지의 강국론은 내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 국가들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주변국만 힘들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다. 제조업이 살아야 한다.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