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좇아 움직인 적은 없어요.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옳다고 믿은 방향으로 갔을 뿐이죠. 말 귀신이 붙었다고 할까요.”

경주마 생산에 뛰어들어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이광림 챌린저팜 대표(36)를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그의 목장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경주마 생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씨수말’ 사업도 시작했다.

한라산 중턱 해발 610m 고지에 82만6446㎡(25만평)의 대규모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새벽 5시부터 해질 무렵까지 말과 함께 일하고, 밤에는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다.

◆1세마 1억1000만원 낙찰

2000년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그는 경주마 거래시장에서 오로지 경매만 고집한다. 마주와 생산자 간 직거래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는 “시장에서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여 높게 평가받고 경쟁을 통해 제값을 받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결과는 화려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2010년 ‘노벨폭풍’을 8400만원에 팔아 1세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우더니 지난해엔 1억1000만원에 1세마를 팔아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경매에 내놓은 18마리 가운데 15마리를 평균 5000만원에 팔았다. 경주마 평균가(3400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가 생산한 경주마들은 자신의 몸값을 성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한 경주마 90여마리가 거둔 성적은 통산 1078전 123승. 마리당 평균 83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일반 경주마들의 평균 상금(33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끊임없는 재투자

그는 미국이나 일본 등 경마 선진국의 육성법을 도입해 다른 목장과 차별화했다. 첫 번째는 넓은 초지를 확보해 경주마를 충분히 방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한라산 중턱 땅을 사거나 빌려 잡목을 뽑아내고 개간했다. 거기에 오차드, 페스큐어, 티모시, 레드클로버 등 잔디를 심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당시 16만5289㎡(5만평)에 불과했던 목장 규모는 82만6446㎡(25만평)로 5배나 불어났다. 대다수 목장이 32만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는 “경주마는 어릴 때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근육과 관절을 쓰면서 충분히 뛰어야 골격이 고루 발달해 경주로에서도 잘 달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충분한 초지를 더 만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초지는 말이 달리기 편하도록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말이 뛰놀면서 수시로 뜯어먹으며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망아지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아침 저녁으로 양질의 사료를 먹이고 체온을 체크하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일과다. 젖 물리기를 힘들어하는 씨암말이 망아지를 뒷발로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사흘 동안 말과 함께 마방에서 자기도 했다.

지속적인 재투자와 끊임없는 연구도 성공의 밑거름이다. 말은 1년에 한 번 임신하고 열 달 만에 새끼를 낳는다. 그가 보유한 씨암말은 42마리. 지난해에는 28마리의 망아지가 태어났다.

지난해 챌린저팜은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70%를 인건비 사료비 등 사양관리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금액은 재투자했다. 좋은 씨암말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매년 씨암말을 3마리씩 구입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은 2억원가량. 초지 확보를 위해 땅을 구입하는 데까지 투자하다 보면 사실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최근엔 미국 켄터키의 핀오크스 목장에서 씨수말 ‘스트라이크어게인’을 1억원에 사왔다. 그는 “좋은 혈통의 씨수말을 구입해 교배 사업을 지난달 시작했다”며 “경주마 생산 산업 전반을 운영하면서 시장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