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28) 경기지수 개편의 의미
경기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작성되는 경기종합지수가 6년 만에 개편됐다. 1981년 경기종합지수 작성이 승인된 이래 여덟 번째다.

경기종합지수는 경기선행지수, 경기동행지수, 경기후행지수로 구성된다. 경기선행지수는 실제 경기변동에 앞서 움직이는 개별지표들을 가공하여 작성하는 것으로 경기변동을 단기적으로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경기동행지수는 경기순환과 같이 움직이는 지표들로 구성되고 현재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경기후행지수는 경기변동의 결과로 움직임이 나타나는 지표들로 구성하고 경기상황의 확인에 활용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기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다. 경기종합지수 발표와 지수의 개편 등이 이뤄질 때 경기선행지수가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경기종합지수의 작성기관인 통계청은 여덟 번째로 이뤄진 이번 지수개편도 선행지수의 개편을 통해 경기예측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행지수의 경우 자료의 시의성이 떨어지는 금융기관 유동성지표와 선행성이 떨어진 자본재수입액을 삭제하고, 해외부문을 반영하기 위해 국제원자재가격지수를 포함시킴으로써 구성지표를 10개에서 9개로 줄였다. 이 같은 구성지표의 변화를 통해 동행지수로 측정하는 기준순환일보다 선행지수가 평균 5.5개월 먼저 움직임으로써 예측력이 향상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한다. 개편 전에는 선행시차라고 하는 예측력이 2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선행지수의 표시방법도 기존의 전년 동월 대비 기준에서 순환변동치 기준으로 바꾸어 동행지수와 직접비교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경기지수는 경제의 내용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각각의 구성지표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편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수 작성이 시작된 이후 평균적으로 약 4년에 한 번꼴로 자주 개편이 이뤄졌다.

민간독립기구인 콘퍼런스보드에서 작성 발표하는 미국의 경기지수도 지난 1월 개편을 단행했다. 1996년 이후 16년 만이다. 선행지수에서 총통화공급을 제외시키고, 금리를 반영하여 콘퍼런스보드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선행신용지수(Leading Credit Index)를 포함시킨 게 주요 개편 내용이다.

경기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경기종합지수이긴 하지만, 지수개편이 자주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따라서 경기지수가 실제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복장이나 소주의 판매량 등을 가지고 경기변동에 관한 속설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기지수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기 때문은 아닐까?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