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된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이 소송전에 뛰어들지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 규모와 약가인하 범위에 따라 셈법이 다른 탓이다.

7일 한국제약협회(이사장 윤석근)에 따르면 이날 케이엠에스제약, 다림바이오텍이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 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윤석근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일성신약은 8일 약가인하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일성신약을 필두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소송을 위임한 일부 제약사들이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고시된 약가인하에 반대하는 제약사들의 ‘벌떼소송’이 이날부터 시작된 것이다. 협회는 제약산업 10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송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약사마다 속사정은 다르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제약업계가 공동소송이 아닌 개별소송을 택한 이유다. 김앤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국내 대표 로펌들이 소송을 맡았지만 소장 접수 등 소송과정이 비밀에 부쳐졌다. 심지어 어느 제약사가 소송을 신청했는지조차 기밀이다.

이번 약가 소송전에서 주목되는 건 국내 상위 제약사 대부분이 발을 뺐다는 점이다. 국내 대형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약가인하로 타격이 크지만 복지부 공정위 검찰 경찰 등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약가인하가 유보된다고 해도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인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가 인하가 유보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약값이 더 싸질 수 있다”며 “외자사는 (약)가격이 떨어져도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늘리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외자사는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곳이 없다.

반면 대다수 중소 제약사는 적극적이다. 협회 측은 “현재까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중소 제약사는 80여곳에 달한다”면서 “2~3주 뒤에는 100여곳 정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준혁/이고운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