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원순식 주택정책 재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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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강화로 시장위축 우려돼
뉴타운 정리하되 공급대안 마련
도시기능·구조 감안해 추진해야
조주현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객원논설위원 >
뉴타운 정리하되 공급대안 마련
도시기능·구조 감안해 추진해야
조주현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객원논설위원 >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정비사업에 관한 정책방향은 지난 1월 말에 발표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통해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경우, 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개 정비사업 지역에 대해 주민 의견에 따라 구역지정을 철회하고, 공공관리자제도를 확대·적용토록 했다. 한편 재건축 사업의 경우는 소형주택의 비율, 임대가구의 배치를 둘러싼 소득계층 간 사회적 혼합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이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는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을 전적으로 주민의 의견에 따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사업은 주민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도시전체의 기능과 구조의 관점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도시의 경쟁력과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심기능이 강화돼야 할 지역도 있고, 또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할 지역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당위성은 종적을 감추고 오로지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에 따라 이런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 사업들이 굳이 공공사업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장기적인 주택시장의 관점이 빠져 있다. 서울시에는 신규로 개발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거의 없어 신규 공급은 오로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신규 주택 분양물량의 41%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이며, 올해는 이 비율이 무려 7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뉴타운·재개발 지역 610곳의 주택공급 규모는 사업구역당 과거 평균치인 800가구 정도만 적용해 보더라도 약 48만가구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무리한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인해 당장 주택시장의 심리적 위축효과가 나타나게 됨은 물론 장기적인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새로운 접근방법은 또 다른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즉,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와 소유자, 그리고 외지의 투자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미 지출된 비용의 보전과 관련한 서울시와 국토부 간의 대립구도와 민간사업의 손실을 공공이 보상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첫째, 문제가 많은 뉴타운·재개발 사업들은 신중하게 정리하되, 이로 인해 줄어드는 주택공급 물량은 이들 사업에 비해 비교적 사업기간이 짧고 권리조정이 용이한 기존의 노후아파트 재건축으로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건축 사업에서마저 소형비율이나 임대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주택공급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단독주택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된 지역을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재 주민 간 대립이 심각한 문제 지역의 대부분은 개별가구의 추가부담이 거의 불가능하고 사업구도가 주택경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밀도 단독주택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심의 때마다 들쭉날쭉한 재건축의 공공성 요건도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셋째, 모든 결정을 주민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이나 주택공급 차원의 고려도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출구전략의 결정과정에서 도시계획이나 주택전문가의 참여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갈등과 불만을 심화시키고 있는 주거단지 내 소득계층 간 혼합정책은 그 장단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박원순 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여론몰이 식의 의사결정으로 주택시장의 심리적 위축이나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되는 것은 장기적인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주현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객원논설위원 jhcho@konkuk.ac.kr >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이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는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을 전적으로 주민의 의견에 따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사업은 주민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도시전체의 기능과 구조의 관점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도시의 경쟁력과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심기능이 강화돼야 할 지역도 있고, 또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할 지역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당위성은 종적을 감추고 오로지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에 따라 이런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 사업들이 굳이 공공사업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장기적인 주택시장의 관점이 빠져 있다. 서울시에는 신규로 개발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거의 없어 신규 공급은 오로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신규 주택 분양물량의 41%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이며, 올해는 이 비율이 무려 7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뉴타운·재개발 지역 610곳의 주택공급 규모는 사업구역당 과거 평균치인 800가구 정도만 적용해 보더라도 약 48만가구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무리한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인해 당장 주택시장의 심리적 위축효과가 나타나게 됨은 물론 장기적인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새로운 접근방법은 또 다른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즉,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와 소유자, 그리고 외지의 투자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미 지출된 비용의 보전과 관련한 서울시와 국토부 간의 대립구도와 민간사업의 손실을 공공이 보상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첫째, 문제가 많은 뉴타운·재개발 사업들은 신중하게 정리하되, 이로 인해 줄어드는 주택공급 물량은 이들 사업에 비해 비교적 사업기간이 짧고 권리조정이 용이한 기존의 노후아파트 재건축으로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건축 사업에서마저 소형비율이나 임대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주택공급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단독주택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된 지역을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재 주민 간 대립이 심각한 문제 지역의 대부분은 개별가구의 추가부담이 거의 불가능하고 사업구도가 주택경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밀도 단독주택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심의 때마다 들쭉날쭉한 재건축의 공공성 요건도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셋째, 모든 결정을 주민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이나 주택공급 차원의 고려도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출구전략의 결정과정에서 도시계획이나 주택전문가의 참여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갈등과 불만을 심화시키고 있는 주거단지 내 소득계층 간 혼합정책은 그 장단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박원순 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여론몰이 식의 의사결정으로 주택시장의 심리적 위축이나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되는 것은 장기적인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주현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객원논설위원 jhcho@konk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