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대출이 작년 하반기에 약 8300억원(10.9%) 감소했다. 등록 대부업체 수도 가장 많았던 2007년 말 1만8500개에서 작년 말 1만3000개로 5500개 줄었다. 대출금리 상한선을 연 49%에서 2년 새 연 39%로 강제 인하한 결과다. 등록증을 반납한 대부업체 중 상당수는 지하로 숨어 불법 고리 사채(私債)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용자가 115만명에 달한다는 러시앤캐시 등 4개 대형 대부업체는 6개월 영업정지가 예고돼 미리 대출을 줄이는 판국이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상황에서 대부업이 위축되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 금융권에선 어디서도 돈줄이 막힐 판이기에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미소금융 등 서민 정책금융으로 급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식의 한가한 주장만 되풀이한다. 과연 당국자들이 서민대출 창구에 가보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정부 압박에 금융사들이 대출한도만 늘렸을 뿐, 연체나 부실을 염려해 갈수록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금융사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정부가 눈먼 돈처럼 선심 쓰고 손실은 금융회사가 뒤집어쓰라는 구조이니 당연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 6월 은행권에 이어 지난달엔 보험 신협 농·수협 단위조합 등 2금융권까지 규제에 나섰다. 아직 규제가 없는 캐피털 신용카드에 중상위 신용자(4~6등급)들이 몰려 저신용자(7~10등급)들이 밀려난다고 한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게다가 대부업체에 대출을 요청해도 10명 중 8~9명은 거부당하는 실정이다. 저신용자들이 갈 곳이라고는 주먹이 판치는 고리 사채뿐이다.

가격을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학원론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반값 우유’가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은 금리 상한선을 연 20% 이하로 낮추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대부업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당장 한푼이 급한 서민들이 잡을 지푸라기는 남겨놔야 한다. 대부업은 그나마 주먹보다 법이 가까운 곳이다. 신체포기각서를 써야 했던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