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앞에 타협 없다" 골드만삭스의 '돈버는 기술'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이 된 파생상품 거래를 보면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골드만삭스의 DNA가 드러난다.” 파생상품 전문 컨설턴트 사티아지트 다스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는 2001년 골드만삭스와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국가부채가 계속 불어나 결국 재정위기를 맞았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6억유로(8900억원) 이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킨더모건의 엘파소 인수 거래에서도 골드만삭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인수자인 킨더모건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면서 엘파소의 매각 자문을 맡은 것. 이에 따라 엘파소의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되며 인수·합병(M&A)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그리스를 파국으로 몰다

골드만삭스는 2001년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 당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부채를 줄이도록 분식회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에 달했던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자율 스와프 형태의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위장한 이 대출 거래는 계약 체결 당시부터 그리스에 불리한 내용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파이로스 파파니콜라오 전 그리스 공공부채관리청장은 “2001년 거래 체결 내용을 보면 당시 그리스는 28억유로를 빌리고 34억유로를 물어주기로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6억유로의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는 2001년 골드만삭스의 채권·외환·상품거래 사업부문 전체 매출(63억5000만달러)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후 2005년까지 4년간 그리스의 채무는 51억유로로 불었다고 파파니콜라오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와의 파생상품 거래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 그는 “당시 그리스 정부는 골드만삭스와 맺은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과 내용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골드만삭스는 파생상품 거래 계약 조건을 변경하자고 제안했고, 그리스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던 상품 내용을 단순화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재계약한 상품의 조건은 그리스에 훨씬 더 불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헐값에 팔게 하고 뒤로 인수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천연가스관 업체 엘파소의 매각 자문을 맡았다. 경쟁사였던 킨더모건이 211억달러에 엘파소를 인수했다. 골드만삭스는 2000만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나 이후 골드만삭스가 킨더모건의 지분 19.1%를 보유한 주주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엘파소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킨더모건의 이익을 위해 엘파소를 싼값에 매각하도록 자문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어 모건스탠리를 공동 주관사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지난주 엘파소의 매각 가격이 낮게 책정됐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엘파소는 매각을 결의하려던 주주총회를 연기,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