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미국과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무역투자협정(TIFA)을 체결할 목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 대만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만 야당들은 7일 “국민당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날 마잉주 총통 관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 5일 밤 성명을 내고 “락토파민(사료첨가제 일종) 성분이 함유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조건부로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방침과 관련 △락토파민 함유량이 낮아 안전성이 입증된 소고기만 수입하고 △돼지고기는 수입을 허용하지 않으며 △수입된 고기에는 반드시 산지가 표시된 라벨을 붙이고 △내장 등은 수입하지 않는다는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보건부는 3개월 안에 락토파민에 대한 안전기준을 공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과의 TIFA 때문이다. 양국은 오랫동안 협정 체결을 논의했지만 소고기 수입 문제로 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스옌샹 경제부 장관은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과의 무역협정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EU·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대만의 글로벌 경쟁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민진당과 대련당 등 야당은 “마잉주 행정부가 여론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며 “내각 불신임 투표 추진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락토파민은 미국 일본 한국 등 20개 국가에서 사료첨가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중국 대만 EU 등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