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반사이익 지속하려면 경쟁력 제고해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열도가 공황에 빠진지 1년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피해 지역을 복구하고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 악재가 겹친 탓에 지진 이전 상태로 경제를 돌려놓지 못했다.

국내 수출 기업은 지난해 지진을 계기로 일본 경쟁회사를 앞지르며 적잖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교우위를 이어가려면 피해복구 현황, 엔화가치 하락세 전환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대지진 이후 대외악재 겹쳐 `6중고(重苦)'
일본 대지진은 쓰나미와 원전 폭발로 일본 경제를 소용돌이에 빠트렸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재해로 1만9천여명이 숨지거나 실종했고 피해액은 17조엔(약 238조원)에 육박했다.

피해지역 일대 기업의 생산 공장과 공급망은 마비됐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공정이 멈추는 바람에 510여개 기업이 줄도산했다.

일본 정부는 재해를 복구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 14조5천억엔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아직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엔화가치가 고공비행을 하고 물가가 크게 오른 와중에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태국 대홍수, 미국 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겹쳐 회복 속도가 매우 느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경제가 `6중고'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2010년에 가까스로 3%대를 회복한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급감하고 에너지 수입이 확대된 탓에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일본 무역수지는 연간 2조4천960억엔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1조4천750억엔의 적자를 냈다.

아울러 추경예산 편성의 후유증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매우 나빠진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장기 채무액은 2010년 말 862조엔에서 지난해 903조엔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940조엔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망가진 공급망을 빨리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원전 피해 문제 등을 정치적으로 잘 풀어가지 못하면 회복이 더디게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韓 경제 반사이익 뚜렷…향후 경쟁에 대비해야
일본 대지진은 비정하게도 한국 경제에 큰 기회였다.

지진이 발생한 후 대(對)일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산업이 경쟁우위를 점했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직접투자 건수가 늘어난 동시에 일본 관광객도 급증해 경제에 보탬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 수출 증가율은 2010년보다 11.4%포인트 오른 40.8%를 기록했다.

수입 증가율은 줄어 무역수지 적자가 전년대비 75억달러 가량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작년 일본 완성체 업체의 생산은 전년보다 12.7% 감소한 반면에 국내 회사들의 생산은 9.0%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약진했다.

양국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은 주식시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2월17일 장중 10,891.60으로 고점을 찍은 후 지진 직후인 3월15일 8,227.63까지 추락했다.

단기 하락률이 25%에 육박해 패닉 상태였다.

반대로 코스피는 지진이 발생하고서 40여일 뒤인 작년 4월27일에 2,231.47로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자동차·화학·정유업종 등 주도주가 이른바 `차화정'으로 불리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8월에 유럽 재정위기를 맞아 급락했지만 회복력은 일본 증시보다 뛰어났다.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일본 지진 피해가 차근차근 복구되면서 한국 경제와 산업의 반사이익이 소멸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례없이 치솟았던 엔화 가치가 안정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별로도 일본 완성차 회사들의 공장 가동률과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회사들의 경쟁력 회복에 대비하면서 거꾸로 일본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엔화 약세 가능성이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진이 이런 상황을 앞당겼다.

이제는 반사이익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경쟁력을 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한지훈 한혜원 기자 kaka@yna.co.krhanjh@yna.co.kr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