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개방형 혁신' 새 수익모델…전산망 빌려주고 웹사이트도 제공
혁신과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종합 쇼핑몰 아마존(amazon.com)은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아마존의 사이트를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업체들에 웹사이트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소매용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아마존이 미래의 경쟁업체들에 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엔 아예 자기네 서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운영 장비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자체 전산망을 구축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되는 회사들에는 아마존의 시스템을 빌려주기도 한다. 요금은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든다. 거기다 잘 알지도 못하고 경험도 부족하다면 높은 고정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이런 업체들에 매년 일정 금액을 받으면서 자기네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렇듯 아마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소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쌓은 상당한 노하우와 지식을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돈벌이를 만들어냈다.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회사 내부에 꼭꼭 숨겨놓고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는 데 비해, 아마존은 회사 외부의 고객 및 협력 업체들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회사 외부에 개방하는 것, 또는 회사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들여와서 혁신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것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주로 제조업체들이 개방형 혁신을 주도해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고객의 요구를 내부 인력만으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산업의 무게 중심은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고용 및 소득의 70% 이상은 서비스 분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새롭고 나아진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의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 서비스업계도 아마존과 같이 적극적인 개방형 혁신을 도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까.

‘개방형 혁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UC버클리대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작년 말 MIT 경영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성공적인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는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복사기를 구매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복사기 자체일까, 아니면 복사기를 사용하면서 얻는 효용일까. 제록스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모든 복사기와 프린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객사는 복사기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고, 제록스는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 안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미국의 택배회사인 UPS는 고객사의 모든 선적 업무를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UPS, 우체국, 페덱스 등 어느 곳에 배달업무를 맡기든 간에 고객사의 모든 선적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가 갖고 있는 선적 업무 노하우를 배워나갔다. UPS는 이렇게 알게 된 외부 지식을 바탕으로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이뤄냈다. 고객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물류에서 벗어나 구매와 관련된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은 고객과 함께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IBM은 특정 고객에 대한 문제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해당 고객을 참여시킨다. 외부 전문가가 만들어낸 해결책을 현장에 적용시킬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고객의 지식, 즉 현장 경험을 IBM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결합시켜 고객사에 딱 맞는 솔루션을 신속하게 얻어내는 것이다. 고객사는 경쟁자보다 빠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고, IBM은 이 솔루션을 재(再)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통해 추후 비슷한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우리 기업들도 서비스 효용을 높이기 위한 개방형 서비스 혁신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