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에 무작정 명령하면 난감
동기·데드라인·평가포인트 등 설명…업무 지시는 결코 쉽지 않은 일
"좀 바빠서…" 일 물리치기 보다는 "우선순위 조정해달라" 하는 센스를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고려할 점
상사가 일을 시킬 때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다. 부하직원을 테스트하거나 훈련시키기 위해 일을 주기도 하는데, 신입사원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때로는 기분전환이나 포상을 위해 해외출장 같은 일을 주기도 하고, 뻔히 고생할 줄 알면서도 시키는 일이나 조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일도 있다.
부하직원은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최대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과가 나고, 고생한 만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사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면 그냥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괜히 혼자서 지레짐작해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낭패를 겪지 말아야 한다.
부하직원들이 생각하기에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매우 쉬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어떤 일을 누구에게 시켜야 할지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일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개개인의 업무능력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상사가 고민 끝에 김 과장에게 업무지시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김 과장 입에서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면 상사는 일단 한숨을 돌리며 ‘역시 김 과장이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 하나를 덜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과장이 “저는 다른 일로 바쁜데 이 과장 시키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대답한다면 어떨까. ‘괘씸죄’가 성립될 것이고, 어떻게든 스스로 골탕먹을 일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 무턱대고 바쁘다며 시키는 일을 물리치지 말고 “저는 현재 A사업 보고서를 쓰면서 박 차장님 업무를 도와 드리고 있는데, 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주시면 그 일을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는 식으로 소통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일을 받아들이는 부하직원의 자세
상사는 일을 시키면서 부하직원의 심정을 읽는다. 얼굴에 ‘하기 싫다’고 쓰여 있는 사람, 마지못해서 수락하는 사람, 적극적으로 빠지려고 하는 사람, 일단 맡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사람 등 대답하는 모양새가 천차만별이다. 뭐든지 피할 수 없으면 먼저 즐기는 것이 상책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네,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흔쾌히 승낙한다면 상사의 기억에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일이 너무 자신에게만 편중된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찾아가서 힘들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전체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일을 골고루 분배해서 신속 정확하게 끝내는 것이 맞지, 한 곳에 일이 쌓여서 전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는 잘못됐다고 보게 마련이다. 그것이 팀과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간혹 업무지시를 잘못해 오히려 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상사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앞뒤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작정 명령하는 상사다. “김 과장, 우리 회사의 신성장동력이 될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기안해서 올려봐” 하는 식이다. 상사가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물어보면 “왜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차선책으로 그 일을 좀 알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기획안을 들고 가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집어 던지고 다시 하라고 한다. 나중에 상사가 결재해서 임원에게 보고하면 이번에는 임원이 집어 던진다.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데, 그 부분은 사실 초안에 넣었다가 상사가 빼라고 해서 뺀 것이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상황인지 모른다. 직장은 상사 마음속에 있는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는 곳이 아니다. 일을 시킬 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일을 똑소리나게 시키려면
첫째, 부하직원에게 30분 동안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그 직원이 고민하는 시간과 노력을 적어도 1주일은 절약해줄 수 있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 꼭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둘째, 지시사항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면 동기부여까지 할 수 있다. 그 직원이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이 일을 하면 어떤 것이 좋아지는지, 특히 커리어 관리에 어떤 점이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줘야 일할 맛이 난다.
셋째, 일을 언제까지 끝내라고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보고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못을 박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사소한 데서 어긋나는 법이다. 특히 보고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전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부하직원도 자신의 전체 업무와 안배해서 일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
넷째, 일을 다 마친 뒤 평가하기 쉽도록 어떤 점이 평가 포인트인지 자연스럽게 알려줘야 한다.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중요한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지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일 자체가 회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때 고과에 어떻게 반영하겠다고 설명해주면 더욱 좋다. 물론 그 약속에 대해서는 칼같이 지켜야 한다.
다섯째, 설명을 하면서 상사 스스로도 일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한다. 상사가 명확하게 모르는 일을 팀원에게 시키면 일을 마친 뒤 평가를 할 수 없다. 실제로 상사 자신이 잘 몰라서 설명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상사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부하직원은 솔직한 상사를 좋아하고 따른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상사도 이 일에 대한 배경, 중요성, 추진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물론 우리의 김 과장이 처음부터 시키는 일에 대해 잘 알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상사는 김 과장에게 일의 배경, 회사가 처한 상황, 어떤 방향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지, 결과는 언제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켜서 성과를 남기고 싶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명령을 해야 한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장동인 <미래읽기 컨설팅 대표 donchang@futuretrend.co.kr>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남가주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한국오라클컨설팅 이사, SAS코리아 부사장,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