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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정부는 아직도 물가를 못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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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ℓ당 2000원을 넘더니 어제는 2020원을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를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대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특히 유가 급등세가 본격 반영되는 3월 이후에는 물가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황이 만만치 않자 당국도 다시 바빠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환율의 수출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반면 물가 영향은 커졌다”며 “물가로 서민 고통이 심한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쓰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촉진보다는 물가안정을 더 우선시해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3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5%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진다”며 최근 유가 상승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박 장관과 김 총재의 언급은 당국이 필요할 경우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이나 금리정책을 동원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나 환율 등을 동원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동안 소위 물가장관들을 내세워 시장을 왜곡시키고 경제자유를 질식시키는 정책을 펴왔던 것이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식경제부를 앞세워 업자들의 손목을 비트는 식의 전근대적 ‘물가 때려잡기’가 성공했다면 이제 와서 기재부나 한은이 나설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완장을 차고 물가기관임을 자처하던 장관들은 지금 이 물가고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들은 통큰 치킨을 못팔게 하고 SSM 등 유통구조의 혁신을 막아왔다. 그래 놓고 물가를 걱정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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