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카드' 신청 폭주…한달 지나도 발급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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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안된 무상보육
하루종일 돌봐야 하는 맞벌이 자녀 기피도
하루종일 돌봐야 하는 맞벌이 자녀 기피도
서울 이촌동에서 두 살짜리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A씨(35·여)는 요즘 속이 탄다. 정부가 올해부터 만 0~2세 아동에 대한 무상 보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A씨는 이달 보육료 100만원을 전액 본인이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로부터 받으려면 보건복지부와 신용카드회사가 발급하는 ‘아이사랑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A씨는 “복지부와 카드사에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다”며 “이달 중순으로 어린이집 보육료 결제일을 늦춰 놓았지만 카드사에서 최소 2주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살고 있는 맞벌이 주부 B씨(36)는 어린 딸을 맡길 어린이집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애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어린이집들이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은근히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B씨는 “어린이집 상담을 하면 꼭 묻는 말 중 하나가 맞벌이 여부”라며 “반나절만 돌봐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의 신청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럴 거면 뭐하러 무상 보육을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보육’을 책임질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정치권과 정부의 아동복지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보육료를 받는 카드조차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1, 2월 두 달간 0~2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신청 건수는 32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3000건)보다 20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규 발급 신청이 갑자기 쏟아지다 보니 해당 동사무소와 복지부에서 전산 입력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0~2세 무상 보육이 올해부터 갑자기 시행되다 보니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며 “무상 보육 확대에 앞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공급 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이사랑카드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를 부모에게 직접 주기 위해 고안한 카드. 부모는 보육지원금이 들어오는 아이사랑카드에 자신의 돈을 더해 보육료를 결제할 수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사정은 이렇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로부터 받으려면 보건복지부와 신용카드회사가 발급하는 ‘아이사랑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A씨는 “복지부와 카드사에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다”며 “이달 중순으로 어린이집 보육료 결제일을 늦춰 놓았지만 카드사에서 최소 2주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살고 있는 맞벌이 주부 B씨(36)는 어린 딸을 맡길 어린이집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애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어린이집들이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은근히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B씨는 “어린이집 상담을 하면 꼭 묻는 말 중 하나가 맞벌이 여부”라며 “반나절만 돌봐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의 신청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럴 거면 뭐하러 무상 보육을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보육’을 책임질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정치권과 정부의 아동복지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보육료를 받는 카드조차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1, 2월 두 달간 0~2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신청 건수는 32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3000건)보다 20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규 발급 신청이 갑자기 쏟아지다 보니 해당 동사무소와 복지부에서 전산 입력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0~2세 무상 보육이 올해부터 갑자기 시행되다 보니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며 “무상 보육 확대에 앞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공급 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이사랑카드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를 부모에게 직접 주기 위해 고안한 카드. 부모는 보육지원금이 들어오는 아이사랑카드에 자신의 돈을 더해 보육료를 결제할 수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