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시민운동 10년…"자유주의 씨앗 뿌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출범 10년을 맞았다. 2002년 3월12일 창립선언문을 발표했으니 오늘이 꼭 10번째 생일이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59·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의 유력한 우파 단체로 정치권과 거리를 둔 순수 시민운동을 해왔다”고 지난 시간을 평가했다. 그동안의 활동 성과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자유주의 씨앗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2002년 출범 당시 준비위원회에 참여했고 현재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멤버다. 김석준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가 물밑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모았는데 이때 참여 제의를 받았다. 단체 출범 직후에는 경제제도연구센터장을 맡아 자유주의 시장경제 철학을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2008년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이 단체 외에도 한국재정정책학회 명예회장,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조 대표는 ‘바른사회’의 출범 배경을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과잉복지를 한 게 발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조 대표 개인적으로는 1970~1980년대의 ‘민주화운동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현재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는 “군사정권 시절에 민주화운동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긴 했지만 당시 누구나 반독재 입장에 서 있었다”며 “조직화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진보, 나머지는 보수라고 칭하며 정치적 이익을 편취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10년의 세월은 많은 굴곡을 남겼다. 이 단체가 겪은 굴곡은 여론의 향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 대표는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이명박 정권의 탄생을 꼽았다. 당시 경기가 살아나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고 그는 “참여정부에서 어렵게 우파운동을 한 게 결실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실망이 찾아왔다. 여론이 복지를 요구하는 쪽으로 쏠리면서 “보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권조차 앞다퉈 복지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대표는 “사회가 점차 좌경화되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을수록 오히려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요즘 자유주의 민주질서 등 우파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멤버들은 지난 10년 동안 논평 1540건, 칼럼 게재 3724건, 토론회 출연 301회, 언론 보도 5404회, 가두활동 236회 등을 했다. 대학생 교육프로그램인 ‘글로벌리더십과정’도 운영해 현재 39기까지 배출했다. 조 대표는 “상아탑에서 반쯤 발을 빼고 정치권이 아닌 곳에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 지난 10년에 긍지를 느낀다”며 “자유주의를 추상적인 이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민 생활의 가치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