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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판의 눈물…없어 못팔았는데 '증설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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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마저 첫 분기 적자 전망
    상선 수주 줄면서 수요 '뚝'…작년보다 가격 25% 곤두박질
    설비 늘린 대형 철강사 '한숨'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2004년 포스코 등 철강사에 후판(厚板) 생산설비 증설을 강하게 요구했다. 연간 50만~100만의 후판이 모자라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포스코는 일시적 현상인 만큼 증설은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요청은 집요했다. 나중엔 정부까지 나서 포스코를 압박했다. 포스코는 더 버티지 못하고 결국 2008년부터 1조8000억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광양제철소에 짓기 시작해 2010년 말 완공했다.

    1년여가 지난 이달 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조선업계는 상선 수주량 감소에 따라 후판 구매량 축소 방침을 포스코 등 철강업계에 통보했다. 후판값 추가 인하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급락하고 있는 국제 후판가격을 반영해달라는 주장이다. 철강업계에선 고부가가치 철강재의 대명사였던 후판의 ‘몰락’이 시작됐다는 장탄식이 나온다.

    ○바닥 안보이는 후판 가격

    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은 한때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후판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작년 4월 당 111만원이었던 후판값은 지난해 말 유통시장에서 90만원대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선 80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5%가량 급락한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후판값은 생산원가가 통상 당 8만원가량 싼 철강소재인 열연강판 유통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이런 기현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저가 수입산 후판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작년 말 당 750달러대이던 중국산 후판 가격은 올초 700달러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선 68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 내수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사실상 한계원가 수준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후판의 눈물…없어 못팔았는데 '증설 후유증'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후판값이 바닥을 모르고 폭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수요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을 유지하면서 후판 수요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 후판 구매량을 총 650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740만보다 12%가량 줄어든 규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선박 발주량이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다 후판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고 있어 후판 구매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급물량은 넘치고 있다. 2010년 광양 후판공장을 가동하면서 포스코의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인 연간 700만t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대제철도 같은 해 처음으로 후판 생산에 들어가 연간 150만t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내년엔 200만 규모의 추가 공장 가동까지 앞두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당진공장 증설로 기존 290만t에서 총 440만t 체제로 늘었다. 2008년 775만t 규모였던 국내 연간 후판 생산규모는 올해 1200만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내수 수요 예상치(1200만)와 비슷하지만 중국과 일본산 연간 후판 구매량이 400만을 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급과잉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의 마구잡이식 증설도 후판 공급과잉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해 중국 철강업체들의 후판 생산능력은 8700만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0년 전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설계획을 고려하면 내년엔 1억1000만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후판 적자품목 되나…철강업계 ‘비상’

    후판 판매량이 줄고 가격마저 급락하면서 대형 철강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 1분기에 후판 사업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내내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증설을 앞둔 현대제철도 속을 태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수출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 격화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후판이 이제 적자품목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 후판

    厚板·thick plate. 두꺼운 강판으로 보통 두께 6㎜ 이상의 철판을 후판이라고 한다. 주로 선박 건조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쓰인다. 대부분 탄소강 제품이 많으며 고장력강, 합금강, 스테인리스강 등 특수 처리한 제품도 있다. 그동안 대표적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으로 꼽혔지만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추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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