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유류세에 웬 부자감세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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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휘발유 값이 연일 사상최고치로 치닫자 높은 유류세가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서명운동까지 벌일 정도다. 그렇기도 한 것이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가 ℓ당 2025원, 서울은 2097원이나 돼 MB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제시했던 2008년 6월보다 많게는 190원 가까이 높다. 여기에 국내 유가의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123달러로 정부 차원의 컨틴전시 플랜이 발동하는 130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유가 때마다 유류세가 문제되는 것은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서다. 지금 유류세 총액은 ℓ당 920원으로 소비자가격의 45.6%(3월 첫째주 기준)나 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으로 전체의 26.2%이고, 이 세금과 연동된 주행세와 교육세가 각각 6.8%와 3.9%,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8.7%를 차지하는 구조다. 원유수입가격에 붙는 3%의 관세와 ℓ당 16원인 수입부과금은 별도다. 그나마 원유수입가격이 급증한 데 따라 비중이 이 정도이지, 평상시에는 48% 안팎으로 높아 정유사들의 세전 공급가격 비중과 엇비슷하다. 빨리 내려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감세혜택, 당연히 소비량에 비례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유류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8년 유류세 인하 때의 통계를 토대로 유류세를 낮추면 부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서민층의 6.3배나 돼 실효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 발단이다. 유류세 인하분 ℓ당 75원을 억지로 산출한 5개 소득분위별 휘발유 사용량과 곱하는 방식으로 감세효과를 산출해 도출한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는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고급·대형 승용차일수록 휘발유가 많이 들고 비싼 기름을 써야하니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유류세를 보는 시각부터 잘못됐다. 유류세는 간접세이자 종량세여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기름을 많이 쓸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외식업소 이용이 많을수록 부가가치세를 많이 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누구도 부가가치세를 내리면 외식을 많이 하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방세연구원이 244개 지자체의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도 간다. 그렇기에 지방세수를 감소시키는 유류세 인하가 아닌 유류세 환급을 대안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탄력세 내려야할 때는 내려야
이번에 또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세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대상을 영세 서민층으로 최소화해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유가 피해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유류세 인하를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가 알아서 조정하라고 만든 탄력세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교통세에 부과되는 11.4%의 탄력세를 10%포인트 내리면 ℓ당 기름값을 73원 정도 낮출 수 있다. 기름값을 내리라고 정유사에 압력을 넣고 알뜰주유소까지 만든 정부다. 탄력세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민들만 지원한다고 해서 에너지 과소비가 없다는 보장도 없다. 2000년과 2010년 사이에 휘발유 지출액과 소비량 증가율은 모두 부자들인 5분위가 소득이 낮은 1분위보다 훨씬 낮았다.그만큼 휘발유 소비의 가격탄력성이 낮아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득은 많을수록 좋고 세금은 낮을수록 좋다. 유류세 인하시기를 늦추면 불신만 쌓인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고유가 때마다 유류세가 문제되는 것은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서다. 지금 유류세 총액은 ℓ당 920원으로 소비자가격의 45.6%(3월 첫째주 기준)나 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으로 전체의 26.2%이고, 이 세금과 연동된 주행세와 교육세가 각각 6.8%와 3.9%,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8.7%를 차지하는 구조다. 원유수입가격에 붙는 3%의 관세와 ℓ당 16원인 수입부과금은 별도다. 그나마 원유수입가격이 급증한 데 따라 비중이 이 정도이지, 평상시에는 48% 안팎으로 높아 정유사들의 세전 공급가격 비중과 엇비슷하다. 빨리 내려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감세혜택, 당연히 소비량에 비례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유류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8년 유류세 인하 때의 통계를 토대로 유류세를 낮추면 부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서민층의 6.3배나 돼 실효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 발단이다. 유류세 인하분 ℓ당 75원을 억지로 산출한 5개 소득분위별 휘발유 사용량과 곱하는 방식으로 감세효과를 산출해 도출한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는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고급·대형 승용차일수록 휘발유가 많이 들고 비싼 기름을 써야하니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유류세를 보는 시각부터 잘못됐다. 유류세는 간접세이자 종량세여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기름을 많이 쓸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외식업소 이용이 많을수록 부가가치세를 많이 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누구도 부가가치세를 내리면 외식을 많이 하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방세연구원이 244개 지자체의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도 간다. 그렇기에 지방세수를 감소시키는 유류세 인하가 아닌 유류세 환급을 대안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탄력세 내려야할 때는 내려야
이번에 또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세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대상을 영세 서민층으로 최소화해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유가 피해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유류세 인하를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가 알아서 조정하라고 만든 탄력세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교통세에 부과되는 11.4%의 탄력세를 10%포인트 내리면 ℓ당 기름값을 73원 정도 낮출 수 있다. 기름값을 내리라고 정유사에 압력을 넣고 알뜰주유소까지 만든 정부다. 탄력세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민들만 지원한다고 해서 에너지 과소비가 없다는 보장도 없다. 2000년과 2010년 사이에 휘발유 지출액과 소비량 증가율은 모두 부자들인 5분위가 소득이 낮은 1분위보다 훨씬 낮았다.그만큼 휘발유 소비의 가격탄력성이 낮아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득은 많을수록 좋고 세금은 낮을수록 좋다. 유류세 인하시기를 늦추면 불신만 쌓인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