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는 역사학적으로 제주 해역"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한 가운데 이어도의 역사와 영유권을 둘러싼 쟁점 등을 조명한 《이어도 바로알기》(선인 펴냄)가 출간됐다. 이어도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인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은 발간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국민이 인식하고 있지만 이어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너무 조용한 외교로 인해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 책은 이어도가 중요한 이유부터 제주의 역사와 생활 문화, 서사 구조 등에 스며들어 있는 이어도의 상징과 이미지, 이어도 영유권을 둘러싼 쟁점까지 입체적으로 살핀다.

이어도연구회는 이 책에서 “‘제주 바다’ ‘제주 먼 바다’로 통칭되는 동아지중해역 안에 이어도가 존재했다는 것을 제주도민들은 오랜 역사적 체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고, 여러 역사서와 고문헌들은 이를 강력하게 증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말하기를 탐라의 바닷길로 가면 남송과 일본에 쉽게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중략) 고려에 사람을 직접 보내서 탐라의 바닷길이 일본 등지로 열려 있다는 게 확실한지를 알아보게 했다.”(중국 ‘원사(元史)’ 중) “강남을 가건 해남을 보라/이어도가 반이라 한다.”(제주민요 중)

연구회는 “이런 사료의 기록을 보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해로는 제주섬을 기점으로 제주도민에 의해 개척되었고 이를 주변 국가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어도는 남방으로 가던 바닷길 중간쯤에 있다는 제주 사람들의 노래, 뱃사람들의 노동요, 해녀들의 노동요에 단골로 나오던 명사요, 후렴구였다”며 “해녀들의 노래가 이어도를 우리나라 섬으로, 암초로 확정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도로 추정되는 암초를 언급한 ‘하멜표류기’ 내용도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선원이었던 하멜은 17세기 중엽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에 떠내려왔다가 13년 남짓 조선에 살았다.

“8월1일 새벽에 우리는 조그마한 섬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섬 뒤편에 닻을 내릴 만한 장소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는 닻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섬 바로 뒤편에 큰 암초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닻을 내린 상태로 있어야만 했으며 바다는 더욱더 거세어졌다.”(‘하멜표류기’ 중)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중국 측 근거도 반박한다.

중국 측은 고대 중국인들의 이어도 인식에 대한 역사문헌적 근거로 《산해경》의 한 대목인 ‘동해 밖 태황 가운데 산이 있으니 이름하여 의천소산이라 한다’를 제시하고 있다. 이어도연구회는 이 책에서 “소산(蘇山), 쑤옌이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산인데 과거 중국인들이 암초를 산으로도 표현했다는 주장은 억지로 끼워 맞춘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도연구회는 2007년 설립된 민간단체로 연구저널 발간, 세미나·발표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