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원두 '풍년'에 17개월만에 최저가
커피 원두 가격이 급락,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떨어졌다. 장기간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 악재와 원두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올해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원자재 펀드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아라비카 품종 원두는 12일(현지시간) 파운드당 184.85센트(5월 인도분)를 기록, 1주일 전에 비해 8.3% 떨어졌다. 한 달 전에 비해선 14%, 올 들어선 18% 넘게 하락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2.6% 내린 가격이다.

2010년 상반기 파운드당 130센트대에 머물던 아라비카 원두는 같은 해 7월 급등하기 시작해 작년 5월엔 300센트를 넘어섰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와 세계적인 커피 수요 증가 영향이었다. 원두 값은 그러나 차익 매물이 이어지며 올초 220~230센트까지 밀린 뒤 지난달 하순부터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 종가는 2010년 10월11일(178.65센트)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최근 원두 가격의 급락 배경엔 무엇보다 많은 신용대출(레버리지)을 일으켜 고위험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있다는 게 커피수입상들의 지적이다. 황유진 GSC인터내셔널 기획실장은 “최근 1주일 새 뉴욕 아라비카 원두 값이 8%나 떨어진 것은 헤지펀드들이 대거 투자 포지션을 바꿔 매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의 투자전략 변화는 올해 원두 작황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올해 브라질에서 수확될 원두 물량은 사상 최대 규모인 5060만백(1백=60)에 이를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부스타 원두 주산지인 베트남의 올해 생산량도 평년 수준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다.

커피 선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산지에서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하량을 줄이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선물 가격 하락에도 출하 물량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커피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원두 생산 업체들이 유럽 재정위기로 악화된 전 세계 금융 상황을 감안해 물량을 계속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원두 가격은 당분간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분석이다.

원두 국제 가격이 크게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가격은 단기간 내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식품업계는 내다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시애틀에서 볶은 원두를 국내에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데 원가 비중이 높은 중간 가공 과정이 많아 지금의 생두(볶기 전 원두) 가격 하락분이 바로 제품 값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원두커피 원가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에 불과하며 임대료 인건비 우유 등의 비중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한 커피믹스 업체 관계자도 “선물시장에서 6개월 전에 원두를 확보하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진 지금의 원두가 국내 원가에 반영되려면 하반기나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