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는13일 재정적자 규정을 위반한 헝가리에 대한 제재에 합의했다.

EU 재무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헝가리가 EU 규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해 왔으며 이에 따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집행위원회 요청을 승인했다고 EU 순번 의장국인 덴마크의 마그레트 베스타거 경제장관이 밝혔다.

이에 따라 EU는 헝가리에 이미 배정된 4억9500만 유로의 EU 협력개발자금의 집행을 보류키로 했다. EU가 재정적자 규정 위배를 이유로 가난한 회원국의 인프라 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협력개발자금 지급을 동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장관회의는 헝가리 정부에 올해 재정적자를 EU 기준치 이내로 줄일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안을 3개월 내에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오는 6월24일 EU 집행위가 헝가리 정부의 개선조치를 재평가해 기준 미달로 판정될 경우 협력자금 제공을 취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영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 등 4개국은 집행 유보 결정을 9월까지 보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재정 건전화 관련 규정을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위기 극복에 새로운 장애물이 될 것이란 강경한 주장에 밀렸다.

기오르기 마톨치 헝가리 재무장관은 EU의 이번 결정을 ‘합리적 해결책’이라며 헝가리 정부가 6월22일 이전에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스페인과 헝가리 모두 재정적자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스페인엔 목표 완화를 허용하고 헝가리만 제재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집행위와 다른 재무장관들은 두 나라의 사례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헝가리의 경우 2004년 가입 이후 실질적으로 늘 재정적자 기준을 어기고 두 차례 시정 경고도 그대로 넘겼다. 또 지난해에만 적자를 일부 줄이는 1회적 조치만 취한 채 감축 마감 연도인 올해엔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스페인은 이러한 상습적 위반 국가가 아닌데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올해의 중간 목표만 변경하고 마감 연도인 내년엔 EU 기준치 준수를 다짐하고 있어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집행위 설명이다. 이런 해명은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재무장관회의가 헝가리 제재를 단행한 배경엔 헝가리에 대한 정치적 불만들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총선에서 헌법 개정도 가능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헝가리 정부 여당은 지난해 중앙은행, 사법부, 개인정보위원회 등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률들을 잇따라 제ㆍ개정해 헝가리 야당은 물론 EU와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