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달라지는 특허제도

특허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오는 15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특허·상표분야에서도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소리·냄새 상표 도입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다고 14일 밝혔다.

특허 실용신안 분야에서는 등록지연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가 도입된다.

심사처리가 늦어져 특허등록이 지연될 경우 그 지연된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연장된다.

또 출원인이 자신의 발명을 학술지 발표 등을 통해 공개한 경우 종전에는 공개 후 6개월 이내에 출원해야했으나 앞으로는 12개월 이내에만 출원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특허발명이 일정기간(최소 5년) 국내에서 실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을 취소하는 '특허권 취소제도'가 폐지된다.

상표관련 분야에서는 소리·냄새 등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상표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인텔의 효과음이나 MGM의 사자 울음소리, 야후의 '야~후'라는 소리, '레이저 프린터 토너'의 레몬향 등이다.

소비자가 '띵띵 띠리띵'이라는 특정 효과음을 들으면 인텔을 떠올리고, 잉크의 레몬향을 맡으면 '레이저젯'을 떠올리므로 소리·냄새가 상표로써 기능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허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도 상표로써 기능하는 다양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 수단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제도의 변화에 부응해 소리·냄새 등 '비시각적 표장'을 활용하고 상표로 등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리와 냄새가 상표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냄새가 눈에 보이도록 하는 '시각적 표현'이 있어야 상표가 보호받는 범위가 확정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아울러 품질, 원산지, 생산방법 등의 특성을 증명하는 '증명표장'이 상표의 형태에 추가된다. 외국의 예를 들면, 울 마크(Woolmark)는 국제양모사무국이 100% 신모(pure new wool)로 만들어진 섬유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명표장이다.

품질 인증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증명표장은 '인증마크(예 : K마크)'와 역할이 비슷하다.

하지만 인증마크는 공공기관이 인증한 품질에 대해 무단사용을 금지하는 금지권적인 보호가 이루어진 데 비해, 증명표장은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인증도 보호하며, 더 강력한 ‘재산권’적인 보호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또 전용사용권 등록 의무제도를 폐지해 전용사용권을 등록하지 않더라도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고, 상표권자의 선택에 따라 5000만원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특허법','실용신안법','디자인보호법','상표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공통사항으로 비밀유지명령제도가 도입돼 소송절차를 통해 알게 된 영업 비밀에 대해, 법원이 당사자 등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특허청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특허권자의 권리행사 기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기업의 상표선택의 범위가 넓어져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또 민사소송과정에서 제출된 서류에 포함된 영업 비밀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