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발효] 빗장 풀린 무역장벽…확대되는 '무관세 실크로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5개국과 FTA…교역비중 46%…전세계 인구 40%가 동맹권
칠레·싱가포르 등 기존 FTA효과도 탄력
세계는 지금 FTA 전쟁…中·日 등 한국 견제 나서
칠레·싱가포르 등 기존 FTA효과도 탄력
세계는 지금 FTA 전쟁…中·日 등 한국 견제 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됨에 따라 한국은 ‘글로벌 FTA 허브’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한국은 2003년 2월 칠레와 처음 FTA를 체결한 이후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인도 미국 페루 등 8건의 FTA를 발효시켰다. 국가 기준으로는 45개국에 달하고 인구는 26억5420만여명, 국내총생산(GDP)은 37조2326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인구의 39.7%, 세계 GDP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다.
○FTA 교역 비중 46% 넘어
한국이 FTA를 통해 맺은 무관세 무역동맹은 미주·유럽·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아우르고 선진국·개발도상국·브릭스(BRICs)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틀로 짜여지고 있다.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는 15일부터 46.2%로 높아져 경쟁국인 중국(19.2%), 일본(16.5%)을 앞서게 된다. 현재 정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7건(12개국)의 FTA가 추가로 모두 타결되면 그 비중은 59.8%로 높아진다.
한국의 9번째 FTA 파트너로 가시권에 들어온 국가는 터키다. 정부는 지난 10일 터키와 서비스·투자, 정부조달 분야를 제외한 상품 분야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내년 초 협정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의하지 못한 서비스·투자, 정부조달 분야 협상은 FTA 발효 후 1년 이내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터키는 74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최근 연평균 8%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는 등 시장잠재력이 높은 편이다. 콜롬비아와의 FTA도 올해 타결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콜롬비아는 인구 5000만명의 큰 시장을 갖고 있고 농산물 등 민감 품목도 적어 내년 중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관세 장벽을 낮추려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부진해 세계 각국이 양자 협상인 FTA를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추가 FTA를 서둘러 무관세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체결한 FTA 효과도 커져
이미 체결한 FTA의 경제적 효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2004년 4월 처음 발효한 한·칠레 FTA에 힘입어 한국산 자동차의 칠레 시장 점유율은 2007년 이후 일본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로 수출된 한국산 자동차는 2010년 총 11만2000대로 발효 이전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18.8%에서 3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전체 교역량도 2004년 18억5200만달러에서 2010년 71억6800만달러로 3.9배 증가했다.
대표적 무역개방 국가인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은 우리 측의 일방적인 관세철폐라는 결과를 낳아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이 2010년 싱가포르와의 교역에서 거둔 무역수지 흑자는 79억달러로 한·싱가포르 FTA 발효 이전 연도인 2005년(23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FTA 체결 전과 비교해 교역량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커졌다”며 “상품 교역 이외에 금융 물류 서비스 분야의 양국 간 투자가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발효된 한·아세안 FTA로 대(對)아세안 교역량은 연평균 12% 증가, 아세안은 2010년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한국 견제 나선 중·일
세계 각국은 무관세 경제영토 확대를 위해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출범 이후 작년 말까지 보고된 지역무역협정은 313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넘어 지역통합형 FTA(경제블록)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중·일 3국은 작년 12월 동북아 지역의 경제블록인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치고 오는 5월 3국 정상회의에 공동연구 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CIS(독립국가연합)는 작년 8월 이미 8개국 간 FTA가 체결됐고 2015년까지 유라시아경제공동체 창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 FTA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작년 1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하고 미국과의 무역동맹 체결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일본은 EU와의 FTA 체결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인접국과의 FTA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은 아세안 대만과 FTA를 맺은 데 이어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FTA 우등생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요 교역국들과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호주 등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은 조속히 마무리하고 TPP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경제 통합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한국은 2003년 2월 칠레와 처음 FTA를 체결한 이후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인도 미국 페루 등 8건의 FTA를 발효시켰다. 국가 기준으로는 45개국에 달하고 인구는 26억5420만여명, 국내총생산(GDP)은 37조2326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인구의 39.7%, 세계 GDP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다.
○FTA 교역 비중 46% 넘어
한국이 FTA를 통해 맺은 무관세 무역동맹은 미주·유럽·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아우르고 선진국·개발도상국·브릭스(BRICs)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틀로 짜여지고 있다.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는 15일부터 46.2%로 높아져 경쟁국인 중국(19.2%), 일본(16.5%)을 앞서게 된다. 현재 정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7건(12개국)의 FTA가 추가로 모두 타결되면 그 비중은 59.8%로 높아진다.
한국의 9번째 FTA 파트너로 가시권에 들어온 국가는 터키다. 정부는 지난 10일 터키와 서비스·투자, 정부조달 분야를 제외한 상품 분야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내년 초 협정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의하지 못한 서비스·투자, 정부조달 분야 협상은 FTA 발효 후 1년 이내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터키는 74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최근 연평균 8%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는 등 시장잠재력이 높은 편이다. 콜롬비아와의 FTA도 올해 타결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콜롬비아는 인구 5000만명의 큰 시장을 갖고 있고 농산물 등 민감 품목도 적어 내년 중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관세 장벽을 낮추려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부진해 세계 각국이 양자 협상인 FTA를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추가 FTA를 서둘러 무관세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체결한 FTA 효과도 커져
이미 체결한 FTA의 경제적 효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2004년 4월 처음 발효한 한·칠레 FTA에 힘입어 한국산 자동차의 칠레 시장 점유율은 2007년 이후 일본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로 수출된 한국산 자동차는 2010년 총 11만2000대로 발효 이전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18.8%에서 3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전체 교역량도 2004년 18억5200만달러에서 2010년 71억6800만달러로 3.9배 증가했다.
대표적 무역개방 국가인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은 우리 측의 일방적인 관세철폐라는 결과를 낳아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이 2010년 싱가포르와의 교역에서 거둔 무역수지 흑자는 79억달러로 한·싱가포르 FTA 발효 이전 연도인 2005년(23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FTA 체결 전과 비교해 교역량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커졌다”며 “상품 교역 이외에 금융 물류 서비스 분야의 양국 간 투자가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발효된 한·아세안 FTA로 대(對)아세안 교역량은 연평균 12% 증가, 아세안은 2010년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한국 견제 나선 중·일
세계 각국은 무관세 경제영토 확대를 위해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출범 이후 작년 말까지 보고된 지역무역협정은 313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넘어 지역통합형 FTA(경제블록)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중·일 3국은 작년 12월 동북아 지역의 경제블록인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치고 오는 5월 3국 정상회의에 공동연구 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CIS(독립국가연합)는 작년 8월 이미 8개국 간 FTA가 체결됐고 2015년까지 유라시아경제공동체 창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 FTA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작년 1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하고 미국과의 무역동맹 체결에 뒤늦게 나서고 있다. 일본은 EU와의 FTA 체결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인접국과의 FTA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은 아세안 대만과 FTA를 맺은 데 이어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FTA 우등생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요 교역국들과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호주 등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은 조속히 마무리하고 TPP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경제 통합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