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발효] 1500만대 美자동차 시장 선점발판 만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희색이 돌고 있다. 관세인하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향후 미국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기대감에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에 수출되는 자동차 부품은 2.5~4%의 미국 측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자동차에 붙는 2.5%의 관세는 4년 뒤 사라진다. 기존의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은 한국산 3000cc 이하 승용차는 FTA 발효 즉시, 3000cc 초과 승용차는 발효 3년 이내에 철폐토록 했다. 하지만 추가협상 결과 한·미 양국은 배기량에 관계없이 모든 승용차 관세를 발효 4년 뒤 철폐하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 측 관세 철폐 시기가 4년 뒤인 만큼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등 국내 업체들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경쟁국보다 먼저 FTA를 체결함으로써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 상승으로 장기적으로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년 후에는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기아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도 기대된다”며 “이는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발효 후 4년이 지나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국내 내수시장의 10배 규모인 1500만대의 거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 수출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대미 자동차 부문 수출의 약 36%를 차지하는 부품 관세는 발효 즉시 철폐됨으로써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FTA발효] 1500만대 美자동차 시장 선점발판 만들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113만1183대며, 이 중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60만4314대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후에는 수출 경쟁력이 더 강화돼 대미 수출 물량이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도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관세 인하분만큼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글로벌 소싱 전략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중소형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분야 수출액의 37.9%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한·미 FTA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업종으로 꼽힌다. 최대 12.5%에 이르는 미국 측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진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의 수출길이 열린 셈이다.

한·미 FTA로 인해 수혜를 보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계만이 아니다. 수입차 업계도 한·미 FTA 발효 즉시 한국 측 관세가 8%에서 4%로 축소되고 4년 뒤 철폐되면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 실적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또 2000cc 이상 미국산 자동차는 개별 소비세율도 2%포인트 인하된다. 유럽차에 밀려 고전했던 포드, 크라이슬러, GM 등 미국차는 물론이고 일본차와 유럽차도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앞세워 국내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요타는 미국 공장에서 만든 미니밴 시에나와 신형 캠리를 들여와 국내에 출시했으며 하반기에도 켄터키공장에서 생산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차량 ‘벤자’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