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130억 '알짜'기업이 관리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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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매출인정 여부 놓고 거래소-IFRS 회계기준 충돌
다함이텍 부실기업 '낙인' 피해
다함이텍 부실기업 '낙인' 피해
▶마켓인사이트 3월14일 오후 1시2분 보도
순자산 3000억원, 연간 순이익 130억원을 기록 중인 ‘알짜’ 상장사가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했다.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와 한국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유가증권 상장사인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작년 연간 매출이 50억원에도 못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매출 50억원 미만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주식의 신용거래가 금지되고, 대용유가증권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IFRS 영업수익, 매출로 인정 안 돼
다함이텍은 지난해 68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외부감사를 맡은 이촌회계법인은 K-IFRS를 적용해 임대수익 3억2700만원, 제품 매출 2200만원에 배당액 64억9300만원까지 모두 영업수익으로 잡았다. K-IFRS에서는 재무제표를 쓸 때 투자기업의 배당을 영업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함이텍은 이 영업수익을 그대로 매출액으로 기재, 지난달 9일 공시까지 했다. 영업수익은 매출액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배당금을 매출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다함이텍에 기존 공시를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상장 및 공시 규정에 따르면 배당수익은 매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함이텍은 이에 따라 최근 ‘재화의 판매 및 용역 제공에 따른 수익’만 따로 떼어 3억5000만원으로 매출을 정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시 규정을 IFRS에서 인정하는 영업수익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과 거리 멀어
관리종목은 부실기업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하지만 다함이텍은 부실과 거리가 멀다. 이 회사는 과거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등을 제조·판매했지만 현재는 투자가 주된 사업이다.
작년 말 기준 3200억원의 자산 대부분이 현금성 투자자산이다. 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굴리면서 꾸준히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에만 131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다함이텍이 99%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다함넷도 투자를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다함넷은 2008년 초 충북 충주의 27홀 규모 중원골프장을 1367억원에 매각한 뒤 이 자금을 주로 운용해왔다. 2010년 초엔 한국계 미국 은행인 새한은행의 모기업 새한뱅콥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새한뱅콥은 하나금융지주가 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조만간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지주사 전환하면 관리종목 탈피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주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등의 매출을 연결로 잡을 수 있어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매출액 50억원 미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01억원이다.
다함이텍의 관리종목 지정 위기로 이 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 중인 한국밸류자산운용에도 불똥이 튀었다. 기관투자가의 성격상 관리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는 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순자산 3000억원, 연간 순이익 130억원을 기록 중인 ‘알짜’ 상장사가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했다.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와 한국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유가증권 상장사인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작년 연간 매출이 50억원에도 못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매출 50억원 미만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주식의 신용거래가 금지되고, 대용유가증권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IFRS 영업수익, 매출로 인정 안 돼
다함이텍은 지난해 68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외부감사를 맡은 이촌회계법인은 K-IFRS를 적용해 임대수익 3억2700만원, 제품 매출 2200만원에 배당액 64억9300만원까지 모두 영업수익으로 잡았다. K-IFRS에서는 재무제표를 쓸 때 투자기업의 배당을 영업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함이텍은 이 영업수익을 그대로 매출액으로 기재, 지난달 9일 공시까지 했다. 영업수익은 매출액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배당금을 매출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다함이텍에 기존 공시를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상장 및 공시 규정에 따르면 배당수익은 매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함이텍은 이에 따라 최근 ‘재화의 판매 및 용역 제공에 따른 수익’만 따로 떼어 3억5000만원으로 매출을 정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시 규정을 IFRS에서 인정하는 영업수익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과 거리 멀어
관리종목은 부실기업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하지만 다함이텍은 부실과 거리가 멀다. 이 회사는 과거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등을 제조·판매했지만 현재는 투자가 주된 사업이다.
작년 말 기준 3200억원의 자산 대부분이 현금성 투자자산이다. 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굴리면서 꾸준히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에만 131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다함이텍이 99%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다함넷도 투자를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다함넷은 2008년 초 충북 충주의 27홀 규모 중원골프장을 1367억원에 매각한 뒤 이 자금을 주로 운용해왔다. 2010년 초엔 한국계 미국 은행인 새한은행의 모기업 새한뱅콥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새한뱅콥은 하나금융지주가 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조만간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지주사 전환하면 관리종목 탈피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주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등의 매출을 연결로 잡을 수 있어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매출액 50억원 미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01억원이다.
다함이텍의 관리종목 지정 위기로 이 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 중인 한국밸류자산운용에도 불똥이 튀었다. 기관투자가의 성격상 관리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는 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