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정보기술(IT)붐과 12년이 지난 지금의 IT붐은 ‘인터넷 혁명’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비전이 그때나 지금이나 IT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비전이 구현되는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1990년대 말은 PC의 시대였다. 팀 버너스 리가 1991년 공개한 ‘월드와이드웹(www)’ 이 인터넷 혁명의 시작이었고 그 중심엔 PC가 있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빅3가 PC 시대를 이끌면서 HP 델 등의 PC제조업체들이 샛별로 떠올랐다.

오라클 EMC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부상했고 인터넷에서는 야후 라이코스 등 검색 회사와 브라우저 업체 넷스케이프 등이 인터넷 혁명의 대명사가 됐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이베이가 시장을 주도했고 AOL과 야후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가 새로운 통신 수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로 버블이 터지면서 인터넷 혁명이 신기루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IT업계를 지배했다. ‘인터넷은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인터넷 속도도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사라졌다. 식스디그리즈닷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표방했지만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야후는 포털만을 고집하다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넷스케이프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렸고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로 혁신을 일으켰던 새롬기술은 수익 모델 부재로 몰락했다.

지금 글로벌 IT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기업들은 이 같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돌파한 기업들이다. 검색의 새 지평을 연 구글, 온라인 콘텐츠 생태계를 만든 애플과 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이제 인터넷은 스마트 융·복합기술 및 모바일 기기와의 강력한 결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 혁명은 ‘언제 어디서나 세상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본다’는 꿈을 실현시켰다.

모바일 혁명은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 등이 보여준 소셜 혁명과 결합돼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12년 전 인터넷이 정보와 기술에 치우쳤다면 지금의 IT붐은 관계 맺기와 일상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새롭고 신기하기는 했지만 비즈니스 모델로는 불확실했던 SNS 검색 커머스 등의 서비스들이 본격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