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1조 유로 풀고, 주요국 금리 인하 '돈이 돈다'

(1) 유동성 장세

“글로벌 증시는 앞으로 큰 폭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의 진단이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이 저항선을 뚫었고, 유럽 각국 증시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더 오를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일단락되며 심리적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줬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좋은 실적은 랠리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6조달러(마켓워치)가 넘는 자금을 풀며 주가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세계증시 상승은 유동성 랠리로 볼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돈을 푼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1,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은행을 지원한 자금은 1조유로에 달한다. 세계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현행 연 0~0.25%로 동결했다.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유동성을 풍부히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살포하고 있다. 최근 매입기금 규모를 기존 55조엔(743조원)에서 65조엔으로 늘렸다.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지원하기 위해 3조3000억엔(50조원)을 풀기로 했다.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들도 잇따라 통화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연 10.5%에서 9.75%로 0.75%포인트 내렸다. 전문가들의 예상치(0.5%포인트 인하)보다 높은 수치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다. 3200억루피(7조2000억원)의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2) 기업 실적이 주도…애플 순익 118%↑ 주가 40%↑



유럽서 1조 유로 풀고, 주요국 금리 인하 '돈이 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증시상승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애플 폭스바겐 등 미국과 독일 제조업체들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애플의 2012회계연도 1분기(2011년 10~12월) 순이익은 13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8% 급증했다. 애플의 주가는 올 들어 40% 가까이 뛰어오르며 나스닥 3000선 고지 탈환의 첨병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도 작년 영업이익이 2010년에 비해 58% 증가한 113억유로를 기록하며 독일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 독일 닥스지수는 8개월 만에 7000선 회복을 앞두고 있다.

올해 미국과 유럽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신호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개선되는 실적에 베팅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전망치가 41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산업재, 소비재 업종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S&P500 지수 편입 종목들의 순이익은 올해 9.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3) 재정위기 끝 보인다…그리스 위기 고비 넘겨 '공포' 진정



유럽서 1조 유로 풀고, 주요국 금리 인하 '돈이 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고비를 넘긴 것은 글로벌 증시를 반전 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에 대한 1300억유로 규모 2차 구제금융 집행이 결정되자 글로벌 증시에서 잠재된 ‘디폴트 공포’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유로존은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완화해 주면서 재정위기 확산 우려도 크게 줄었다.

한때 연 7%를 넘었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4.86%로 떨어졌다. 스페인 국채금리도 5%대로 내려왔다. 유럽 각국의 자금조달 상황이 점차 개선되며 증시상승의 기반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기지표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 만하임에 있는 유럽경제연구소(ZEW)가 13일 내놓은 경기예측지수인 ZEW지수는 2010년 6월 이래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ZEW지수는 22.3으로 2월(5.4)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ZEW는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없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서프라이즈가 있을 것”이라는 발표까지 했다.

(4) 中 증시도 '기지개'…투자에서 소비로, 장기랠리 기대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21% 하락하면서 세계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1월6일 최저점 대비 약 15% 상승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착륙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사라졌고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특히 장이 약세일 때는 하루 평균 500억위안에도 미치지 못했던 거래금액은 최근 들어 하루 평균 1000억위안을 넘어서 투자심리도 뚜렷이 회복됐다.

유동원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성장의 에너지가 투자에서 소비로 넘어가는 시기에 주식시장은 장기랠리를 펼쳤다”며 “중국은 성장률이 둔화돼도 주가는 2013년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올해 말에 2700, 내년 말에는 330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정부는 주식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민생문제’로 다루면서 증시에 연기금 투입, QFII(적격외국인 기관투자가)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장기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동욱/전설리/장성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