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광고비 25%만 주겠다"…세븐일레븐 '제품 철수'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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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아진 필립모리스, 말보로 열풍에 업계 2위
버지니아슬림 등 15종 철수…'말보로 레드'는 계속 판매
버지니아슬림 등 15종 철수…'말보로 레드'는 계속 판매
버지니아슬림, 말보로 블랙멘솔 등 필립모리스 담배 제품 25종 가운데 15종이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 점포에서 일제히 빠졌다. 필립모리스가 올해부터 “편의점 내 담배 광고 및 진열 비용을 작년의 25%만 주겠다”고 통보하자, 세븐일레븐이 일부 제품을 빼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전국 580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던 필립모리스 담배 중 버지니아슬림 8종과 말보로 4종을 비롯해 모두 15종을 철수시켰다. 담배 진열 공간도 26칸에서 8칸으로 줄였다. 다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말보로 레드, 팔레아먼트 등은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필립모리스가 작년 말 ‘시설물 유지관리 계약’ 종료를 앞두고 ‘2012년부터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기존 금액의 4분의 1 이하로 낮추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라며 “현재 재계약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일단 필립모리스 제품 중 매출 하위 품목 위주로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시설물 유지관리비란 편의점 점포에 특정 담배에 대한 진열장과 광고물을 비치하는 대가로 편의점이 담배업체로부터 받는 일종의 광고·진열비다. 필립모리스가 세븐일레븐에 제공하는 시설물 유지관리비는 연간 수십억원 규모로, 세븐일레븐은 이렇게 받은 금액의 절반 이상을 각 점포 점주들에게 나눠준다.
세븐일레븐은 필립모리스와의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KT&G와 별도로 시설물 유지관리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재계약에 실패하더라도 고객이 많이 찾는 말보로 레드나 팔레아먼트 등을 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는 훼미리마트 GS25 등 다른 편의점과도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필립모리스가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대폭 줄이기로 한 배경에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수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4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말보로 열풍’에 힘입어 2007년 9.8%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9.9%로 상승한 점을 감안, 한국시장 전략을 기존 ‘시장점유율 끌어올리기’에서 ‘수익성 극대화’로 바꾼 것이란 지적이다.
필립모리스는 2010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27.2%(매출 4895억원, 영업이익 1332억원)에 달하는 데도 지난달 말보로 등 주요 제품가격을 갑당 200원씩 올렸다. 가격 인상분이 고스란히 필립모리스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점유율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성은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모리스는 2010년 한국에서 거둔 당기순이익(940여억원)을 전액 배당금으로 책정해 해외 본사로 내보낸 반면 한국 사회에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며 “가격 인상과 광고 비용절감을 통해 늘어난 수익은 고스란히 해외 본사 수입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먼저 광고 및 진열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한 건 세븐일레븐”이라며 “강압적으로 광고비 인하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상헌/조미현 기자 ohyeah@hankyung.com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전국 580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던 필립모리스 담배 중 버지니아슬림 8종과 말보로 4종을 비롯해 모두 15종을 철수시켰다. 담배 진열 공간도 26칸에서 8칸으로 줄였다. 다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말보로 레드, 팔레아먼트 등은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필립모리스가 작년 말 ‘시설물 유지관리 계약’ 종료를 앞두고 ‘2012년부터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기존 금액의 4분의 1 이하로 낮추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라며 “현재 재계약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일단 필립모리스 제품 중 매출 하위 품목 위주로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시설물 유지관리비란 편의점 점포에 특정 담배에 대한 진열장과 광고물을 비치하는 대가로 편의점이 담배업체로부터 받는 일종의 광고·진열비다. 필립모리스가 세븐일레븐에 제공하는 시설물 유지관리비는 연간 수십억원 규모로, 세븐일레븐은 이렇게 받은 금액의 절반 이상을 각 점포 점주들에게 나눠준다.
세븐일레븐은 필립모리스와의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KT&G와 별도로 시설물 유지관리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재계약에 실패하더라도 고객이 많이 찾는 말보로 레드나 팔레아먼트 등을 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는 훼미리마트 GS25 등 다른 편의점과도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필립모리스가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대폭 줄이기로 한 배경에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수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4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말보로 열풍’에 힘입어 2007년 9.8%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9.9%로 상승한 점을 감안, 한국시장 전략을 기존 ‘시장점유율 끌어올리기’에서 ‘수익성 극대화’로 바꾼 것이란 지적이다.
필립모리스는 2010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27.2%(매출 4895억원, 영업이익 1332억원)에 달하는 데도 지난달 말보로 등 주요 제품가격을 갑당 200원씩 올렸다. 가격 인상분이 고스란히 필립모리스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점유율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성은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모리스는 2010년 한국에서 거둔 당기순이익(940여억원)을 전액 배당금으로 책정해 해외 본사로 내보낸 반면 한국 사회에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며 “가격 인상과 광고 비용절감을 통해 늘어난 수익은 고스란히 해외 본사 수입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먼저 광고 및 진열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한 건 세븐일레븐”이라며 “강압적으로 광고비 인하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상헌/조미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