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실기업에 자금을 대주고 뒷돈을 챙겨온 여의도 금융가를 정조준했다. 금융감독원이나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최근 신설된 ‘기업범죄정보 분석실’을 통해 검은 거래의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수사에 나선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해 상장폐지된 기업들과 거래한 금융회사들이 검찰의 일차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재호)는 기업자금을 조달해준 대가로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 등)로 S캐피탈 이사 김모씨(47) 등 금융비리 연루자 10여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부실기업의 유상증자, 전환·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 수협중앙회 자금부장 임모씨(49)는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어음 등을 수협이 인수하게 해주고 4억7700만원을 챙긴 혐의다. 또 이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은 건설업체 상무 박모씨(56)와 코스닥 업체 PWC 회장 김모씨(52)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 수사는 작년 10월 한 코스닥 기업 대표 등이 유상증자와 부채차입 등으로 조성한 회사 자금 200억원을 개인 채무변제와 주가조작 등을 위해 횡령해 상장폐지된 사건에서 시작됐다.

서울 남부지검(검사장 김수남)은 금감원 등의 위탁수사의 경우 피해자의 손실 복구가 사실상 힘든 만큼 직접수사로 방향을 전환, 피해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 ‘기업범죄정보 분석실’을 신설했다.

남부지검 형사5부 산하의 기업정보 분석실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과 수사 경험을 보유한 검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가세했다. 검찰은 공시회계분석팀과 자금추적팀을 운용해 코스닥 상장폐지 업체 등 범죄 혐의 기업의 공시·회계자료 분석 및 자금 추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금융 증권범죄신고전화(02-2062-0081)를 개설해 코스닥과 증권 금융 비리 등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지금까지 검찰은 금감원 등에서 조사를 한 뒤 검찰에 넘기거나 관련자들이 검찰에 직접 고소·고발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까지 끝낸 사건은 대부분 이미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할 수도 없는 심각한 상태였다”며 “조기수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