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액 늘어난 LG전자ㆍ삼성SDI 매수기회?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 규모(대차 잔액)가 가파르게 늘어나 주목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빌린 주식을 파는 것)로 이어질 경우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대차 잔액은 지난해 말(16조267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32조3818억원(13일 기준)으로 불어났다. 대차 잔액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로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의 최고치 2.57%에 육박하고 있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차 잔액은 수량 기준으로 공매도가 재허용됐던 2009년 6월 이후 최대 수준”이라며 “배당락을 앞두고 12월에 청산됐던 대차 잔액이 1월에 재설정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1월 말 대비 5조원 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대차 잔액이란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미리 빌려 판(공매도)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상환하는 기법을 쓴다. 특정 종목의 대차 잔액이 늘면 향후 공매도로 이어져 주가가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류 연구원은 “다행히 급증한 대차 잔액의 상당부분은 이미 공매도로 출회돼 추가적인 부담은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아 공매도가 출회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상승장에서 ‘쇼트커버(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히 주식을 되사는 것)’에 따른 초과 수익을 올릴 기회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류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대차 잔액이 증가한 LG전자 삼성SDI 한화 현대증권 SK케미칼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