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121명 아기 돌본 '입양아 代母'
“옳~지, 예쁜 내 새끼. 엄마가 업어줄게. 그만 울자.”

14일 오전 서울 북아현동 1층 단독주택. 생후 6개월 된 민혁이가 방금 잠에서 깨 자지러질 듯 울었다. 부엌에서 달려온 허명자 씨(68·사진)가 익숙한 듯 포대기로 싸 등에 업고 두어 번 어르자 민혁이는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잠들었다.

허씨는 동방사회복지회에서 32년간 입양 대기 중인 아기를 돌봐온 위탁모다. 그동안 121명의 아기가 그의 품을 거쳤다. 지금 돌보고 있는 민혁이는 생후 4개월 됐을 때 데려왔다.

“우리 민혁이 눈이 조금 작긴 한데 그래도 예쁘죠. 두상도 잘생겼고…. 보고 있으면 이런 천사가 어디서 내려왔나 싶어요.”

허씨는 16일 동방사회복지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받는다. 그는 아들 성근씨(40)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집안이 텅 빈 것처럼 쓸쓸해 위탁모로 나섰다고 했다.

“처음으로 태어난 지 하루 지난 아기를 맡았어요. 밤낮없이 울고 보채도 좋았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 때가 없었으니까요.”

허씨는 짧게는 보름, 길게는 3년 동안 아기들을 돌본다. 가장 힘든 때는 이별하는 순간이다. 처음에 돌봤던 아기를 9개월 만에 해외로 입양 보낼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기를 보낸 날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양부모가 보내준 아이들 사진을 보며 잘 크고 있을까,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면서 떠나보낸 아이를 가슴에 담아 둔다”고 했다. 돌을 전후해 품을 떠난 아이들도 가끔 허씨를 찾아온다. 위탁모 생활 29년이 되던 2010년 동방사회복지회 후원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반년 동안 돌본 아이들이 공항에 마중 나와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그때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