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반적인 경기 지표들이 호조세다.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 투자가 되살아나고 고용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보다 강한 어조로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놨다.

○Fed, 3차 양적완화 언급 안해

Fed의 통화정책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3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발표한 내용 곳곳에서 지난 1월과 달라진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고용ㆍ투자ㆍ소비…美경제 완연한 회복세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8.3%)이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뚜렷하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설비와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기업들의 고정투자는 ‘둔화됐다’에서 ‘개선되고 있다’는 문구로 바꿨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압박이 상당한 경기하방 위험이긴 하나 ‘완화됐다’고 새로 명시했다. 국제원유와 휘발유 가격의 상승은 ‘일시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는 이런 점을 반영해 향후 수 분기에 걸쳐 ‘완만한(moderate)’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지난 1월에는 ‘점진적으로(modest)’라고 표현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Fed가 성장의 정도를 표현할 때 ‘moderate’가 ‘modest’에 비해 강한 뜻을 내포한다. 쉽게 말해 1월보다 더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라는 것이다.

유닛 크레디트 뱅크의 하암 밴드홀즈 애널리스트도 “이날 경제성장과 관련한 표현은 지난 1월의 표현보다 더 강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Fed는 제로 수준(0-0.25%)인 현행 기준금리를 2014년 말까지 유지한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추가 부양을 위한 3차 양적완화는 시사하지 않았다.

Fed의 수정된 경제성장 전망치는 다음달 이틀 동안 열리는 FOMC 회의가 끝나고 발표될 예정이다.

○소비, 고용, 기업투자 활발해져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지표는 Fed의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자동차와 휘발유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1% 증가한 4078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3월보다는 무려 20.1% 늘어났다.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은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달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22만7000개였다. 3개월 연속 20만개 이상의 고용 창출이 이어진 것으로 지난해 초 이후 처음이다. 지난 6개월 기준으로는 1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200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레이몬드 제임스 파이낸셜의 스캇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이 회복 단계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기업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시장인 월스트리트에서 채권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기업들이 투자를 재개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반면 고수익률이 예상되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올해 1~2월 지난 한 해 규모(138억달러)를 훌쩍 넘긴 145억달러가 몰렸다.

워싱턴=김홍열/뉴욕=유창재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