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31년 만에 첫 '父子 동문' 탄생
경찰대 개교 31년 만에 처음으로 부자(父子) 동문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광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인 김재석 총경(50·경찰대 1기·오른쪽)과 14일 경찰대를 졸업한 김준호 경위(23·경찰대 28기·왼쪽). 1남1녀 중 장남인 김 경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8년 경찰대에 진학했다. 김 총경은 서울 성북·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역임한 ‘정보통’ 이다. 경찰청 감사계장, 전남 완도경찰서장, 광주 북부경찰서장 등을 거쳤다.

김 경위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막연하게나마 ‘경찰’의 꿈을 키워나갔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수재였지만 고교 2학년 때인 2006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를 본받으려고 경찰대 진학을 결심했다.

서울대와 경희대 한의예학과에도 합격했지만 미련 없이 경찰의 길을 선택했다. 김 경위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대에 입학한 뒤 주변에서 아버지와 나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다”며 “선배이자 경찰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대학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이 된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아버지를 본받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경위는 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아버지가 주로 정보 분야에서 일하신 만큼 나도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원래 졸업하면 기동대장으로 가야 하지만 경찰대가 교육을 위탁한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경은 “아들이 공부를 더 해 보다 넓게 보려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 같다”며 “경찰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남자로 태어났다면 한번 해 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아들과 아들 친구들이 경찰대에 관심을 많이 갖더라”며 “‘경찰대에 진학하겠다’고 하기에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일반 명문대에 가길 바라는 욕심도 없진 않았지만 본인 뜻에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는 김 경위 외에도 이색 졸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버지와 삼촌에 이어 경찰이 된 박지근 경위(24)도 ‘경찰 집안’의 맥을 이은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박 경위의 아버지는 부산 영도경찰서에 근무 중인 박해권 경위, 삼촌은 부산 연제경찰서에 근무 중인 박새영 경사다. 동생도 부산 기동본부 소속 의경이라 박 경위까지 포함하면 한 집안에서 경찰이 4명이나 나온 셈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