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ㆍKB금융 '꿈틀'…은행株, 침체 늪 벗어나나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된 이후 계속돼온 은행주 저평가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사자’에 나서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등으로 숨고르기성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주가는 20~30% 정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외국인의 추가 매수가 예상되는 데다 저성장 기조를 반영하더라도 주가는 여전히 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주 2일째 강세

우리금융지주는 연내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14일 500원(4.00%) 오른 1만3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이틀간 9.24% 올랐다. KB금융지주도 3.85% 상승했으며 외환은행(3.21%) 하나금융지주(2.21%) DGB금융지주(2.13%) BS금융지주(2.08%) 등도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속한 금융업종지수는 459.42에 마감, 작년 8월5일(476.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승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 증시에서 JP모간체이스가 스트레스 테스트 공개를 앞두고 배당금 확대를 발표하면서 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이 국내 은행주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은행주들은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금융주를 11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4921억원)와 유통업(1333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을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4일 연속 순매수했다.

○은행주 제값 받을까

우리ㆍKB금융 '꿈틀'…은행株, 침체 늪 벗어나나
은행주 주가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1년부터 10년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였다”며 “저성장 기조와 낮은 배당성향 등을 감안해도 0.9배 수준에서는 거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주가는 평균 0.7배 수준에 불과해 실적보다 30% 이상 낮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적도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대출 성장세가 둔화되곤 있으나 예상 범위 수준”이라며 “순이자마진이 크게 하락할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승준 연구원도 “한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해 은행에 의한 신용창출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돌입했다”며 “은행업종이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업종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선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반등했다.

다만 장기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상호 연구원은 “순이자마진이 추가로 개선될 만한 계기가 없다”며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 침체 등은 대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주주이익보다는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사들은 하나금융을 최우선 추천주로 꼽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를, 대우증권과 HMC투자증권은 하나금융과 KB금융을 각각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