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하이비젼시스템 "올 매출·영업익 최소 2배 성장…오버행 우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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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검사장비 제조업체가 아니라 독자적인 '비전(vision) 인식' 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벤처입니다."
최두원 하이비젼시스템 대표이사(42·사진)는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제품 조립 등 단순 제작은 전부 외주업체에 맡기고 회사의 역량을 '비전 인식' 기술 연구와 핵심 부품 개발에 쏟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트레이드1호스팩과 합병 상장한 하이비젼은 휴대폰용 카메라모듈 부품을 검사하는 장비 생산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동작을 인지·판단해 내는 '비전 인식' 기술 소프트웨어와 이를 기반으로 카메라모듈의 신호, 렌즈 자동초점(AF), 이물질 및 색채 등을 검사하는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주요 고객사는 LG이노텍 삼성전기 삼성광통신 등이고, 해외는 샤프 코웰 프리맥스 등이다. LG이노텍과 삼성광통신의 카메라모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제품에 탑재된다.
하이비젼은 여느 장비제조업체나 경쟁사와 달리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추지 않았다. 60명 안팎의 회사 인력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고, 생산·품질관리 인력은 총 6명에 불과하다.
자체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최 대표는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되 생산은 단독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 4곳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며 "대신 R&D에 역량을 집중, 약 30%에 해당하는 주요 부품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등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비젼의 전략은 적중했다. 회사의 매출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가파르게 성장해 83%의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30% 수준이다.
◆공모 후 주가 110% 상승…"보호예수해제 대기물량 우려 안해"
가장 성공적인 스팩 합병 사례로 꼽히는 하이비젼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4180원을 기록, 공모가(2000원) 대비 약 110% 올랐다.
상장 1개월을 맞아 알바트로스르네상스 등 벤처금융이 보유한 하이비젼 주식 377만6420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이는 유통 주식의 약 10% 수준이다. 이번 벤처금융 지분까지 포함해 올해 안에 보호예수가 풀리는 주식은 전체의 28%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 같은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결국 회사의 주가가 실적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일반적으로 벤처금융은 비상장 회사에 장기간 투자한 뒤 상장 이후 단기간 내 이익실현을 한다. 다만 하이비젼의 경우 벤처 공급 물량이 있는 만큼 이를 받아낼 만한 수요도 높아보인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평이다.
최 대표는 기관 투자자들에 주로 회사의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의 성장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며 "비전인식 기술은 현재 주로 스마트폰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이후에는 보다 많은 스마트 기기들이나 차세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최소 4~5년은 성장세 지속…올해 실적 배 이상 늘 것"
지난 2002년 설립된 하이비젼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부터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따라 탑재된 카메라모듈 사양도 500만 화소 이상으로 높아졌고, 이를 검사할 장비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이 즈음부터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배 이상으로 늘어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3억원, 117억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오는 6~7월이면 올해 발주 계약이 대부분 마감되는데 최소 500억원 이상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적인 목표치는 더 높지만 상장 첫 해이다보니 보수적인 판단이 나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와 같은 성장세가 4~5년가량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전망이다. 3D카메라폰의 등장과 스마트 기기로의 확산 등이 그 배경이다.
급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최 대표는 "현재 스마트폰의 보급 추세가 둔화될 경우에도 세 가지 측면에서 회사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공개했다.
그는 "향후 디지털카메라 수준으로 발전할 스마트폰 카메라와 3D 카메라모듈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상용화 가능성, 전자동 검사장비의 도입 등이 성장 모멘텀(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이 800만 화소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사람이 기존처럼 수동 장비를 통해 직접 '포커싱'이나 '색보정' 등을 검사하는 작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동화 장비로 교체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3D 스마트폰에는 입체적인 효과를 위해 1대 당 2개의 카메라모듈이 탑재된다. 이에 따라 2개의 카메라모듈 간 거리와 각도를 맞추는 제어기술이 더 중요해진다.
최 대표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반자동 검사장비가 무인 전자동 장비로 모두 교체되는데 4~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또 카메라모듈이 스마트폰 뿐아니라 스마트TV, 자동차, 각종 가전제품 등 스마트 기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시장확대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