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겨울잠 깨어난 곤충 유혹하는 꽃…둘의 더부살이 모습 생생히 담아
차가운 얼음을 뚫고 핀다고 해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복수초. 황금빛 복수초는 해가 떠올라 질 때까지 태양을 쫓아다닌다. 햇빛이 비쳐야 꽃을 피우고 빛이 사그라지면 꽃잎을 닫는다. 이렇게 태양열을 꽃 안에 모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곤충을 유혹한다. 꽃 속 온도는 꽃 밖보다 5~7도 높다. 얼레지 꽃은 한낮이 되면 변신을 한다. 아침만 해도 암술과 수술을 덮고 있던 꽃잎이 낮이 되면 점차 펼쳐져 암술과 수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곤충에게 ‘나 먹을 거 많다’고 광고한다. 10개의 수술을 가진 패랭이꽃은 수술 5개를 먼저 성숙시키고 꽃가루가 없어질 즈음 나머지 5개를 성숙시킨다. 곤충을 오래도록 불러들이기 위한 ‘시간차 전략’이다. 물봉선은 위쪽 꽃잎에 암술과 수술이 달려 있다. 꽃 꿀을 찾아 꽃 속으로 들어가는 곤충의 몸에 암술과 수술을 닿게 해 꽃가루가 전달되도록 한다. 이처럼 야생화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놀랄 만큼 독특한 전략을 갖고 꽃을 피운다.

《곤충 마음 야생화 마음》은 한반도 길섶에서 야생화와 곤충이 더부살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곤충의 밥상》과 《곤충의 유토피아》에 이은 ‘정부희 곤충기’ 세 번째 책이다. 곤충학자인 저자는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곤충과 야생화의 열정적인 속삭임을 750여장의 생태사진과 함께 전한다.

[책마을] 겨울잠 깨어난 곤충 유혹하는 꽃…둘의 더부살이 모습 생생히 담아
꽃은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곤충은 그 대가로 중매를 서주니 서로 돕는 공생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야생화는 오로지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해 꽃 밥상을 차리고, 곤충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꽃 밥상을 찾아온다고 설명한다. 이런 우연 같은 필연이 공존하는 것이 꽃과 곤충의 관계다. 곤충을 유혹하는 충매화 외에도 개모시풀 돼지풀 깨풀 쑥 등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 목화 서양민들레 등 스스로 번식하는 야생화의 생존전략도 설명한다. 북방갈고리밤나방 맵시곱추밤나방의 한살이도 처음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현미경 속 세상에 매몰되지 않고 오랜 시간 야외 관찰과 실험을 통해 식물계와 동물계의 상호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