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이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우유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을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지난해 ‘카제인나트륨’ 논쟁에 이은 2차전이다.

남양유업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서식품이 지난 1월 크리머 주성분인 카제인을 무지방 우유로 대체한 제품이라며 선보인 ‘맥심 화이트골드’ 품목제조 보고서에 (크림의) 1.4%가량의 카제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카제인은 우유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식품의 물성과 촉감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진 식품 첨가물이다.

남양유업은 또 “동서식품이 카제인 첨가물 사용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 원료 함유량 순위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들지 않으면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품위생법상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커피믹스의 용해성(물에 녹는 성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제인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은 즉각 반박했다. 동서식품은 ‘입장 답변서’란 자료를 통해 “카제인을 대체해 무지방 우유만을 넣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커피 맛을 향상시키고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 카제인을 일부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카제인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사용을 인정한 것”이라며 “올초 무지방 우유 커피를 새로 낸 것은 우유 맛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품목제조 보고서는 기업 기밀사항으로 이를 누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법적 소송 가능성도 내비쳤다. 남양유업 측은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동서식품의 광고가 소비자를 속인 것에 해당된다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이에 대해 “(남양식품의)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두 회사의 갈등은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사업을 본격화한 작년 초부터 불거졌다. 남양식품은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 커피믹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고, 이는 동서식품을 자극했다. 동서식품의 반발에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 광고는 식약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작년 3월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광고 문구를 ‘대신’으로 바꾸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0% 선까지 끌어올리자 위기를 느낀 동서식품이 반격에 나서면서 양사 간 충돌이 격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카제인

우유 단백질로 식품의 점도를 높이고 촉감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를 가진 식품 첨가물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카제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량의 나트륨을 첨가하면 카제인나트륨이 된다. 커피 크림을 비롯해 마요네즈 케첩 빵 소시지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다수의 연구 결과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