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예비후보들이 세 가지에 떨고 있다. 돈과 입끝, 손끝이다. 바짝 다가왔던 금배지의 꿈을 날린 화근이 바로 이 세 가지였다.

새누리당은 ‘설(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16일 한 라디오에서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총선 후보로 확정된 석호익 후보에 대해 “그대로 지나갈 수는 없는 일 같다”며 “비대위원들도 의견을 교환했는데 그냥 통과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 후보는 2007년 한 경영인클럽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이 ×× 하나가 더 있지 않느냐”고 언급한 게 문제였다. 석 후보 측은 “여성 인력의 활용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며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해명했다. 공천위는 이날 당시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을 확인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 눈높이다. 국민 눈높이에 따라 발표할 것”이라고 공천취소를 시사했다.

권 총장은 또 “석 후보 외 문제되는 후보라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다른 후보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언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손동진 후보(경북 경주)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갑·을에서 각각 공천이 취소된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과거에 쓴 글이 문제였다. 박 후보는 “우리나라 독립군은 테러단체 수준”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고, 이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각각 ‘popular revolt(민중반란)’ ‘communist-led rebellion(공산주의자 주도 폭동)’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통합당에선 돈과 관련된 설(說)로 공천자들이 날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서울 광진갑 후보로 확정된 전혜숙 의원과 강원 동해·삼척의 공천을 따낸 이화영 전 의원의 공천을 박탈했다. “전 의원이 지역위원회 간부에게 52만원을 줬다”는 폭로가 있었고, 이를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발단이었다. 이 전 의원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서울 성동을의 공천을 받았던 임종석 전 사무총장도 전 보좌관 곽모씨가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것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내 갈등이 심해지자 공천을 자진 반납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당초 국민참여 경선지역으로 분류했던 부산 수영구를 갑자기 여론조사지역으로 바꾼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유재중 후보는 일각의 성추행 의혹 제기에 대해 “상대 후보의 음해”라며 삭발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경쟁자인 박형준 후보는 “친이계 후보가 유리해지자 억지로 새누리당이 경기 규칙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