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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BO 역사 쓴 '기업인수'의 왕 vs 1370억弗 '사모펀드'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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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라이벌 (28) 헨리 크래비스 - 스티브 슈워츠먼

    KKR 설립자 크래비스
    아버지 후원으로 명문학교 졸업
    76년 차입매수 거래로 억만장자…2011년까지 수익률 연평균 20%

    블랙스톤 창업자 슈워츠먼
    심리학 전공했지만 금융 관심
    리먼브러더스서 스타은행가 명성…헤지펀드·부실기업 투자로 대박
    LBO 역사 쓴 '기업인수'의 왕 vs 1370억弗 '사모펀드' 제왕
    ‘월스트리트 왕’(king of Wall Street)이란 호칭은 명예로운 것만은 아니다. 금전적인 성공과 더불어 탐욕스러운 이미지까지 갖춘 인물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1987년 개봉된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그려진 고든 게코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현실 세계에선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 오너들이 가장 근접한 캐릭터로 묘사되곤 한다.

    ‘기업인수(buyout)의 왕’으로 불리는 헨리 크래비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회장(68)은 PEF 업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76년 KKR을 설립한 그는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되파는 차입매수(LBO) 거래로 억만장자가 됐다. 1989년 당시 역대 최대 ‘빅딜’로 기록됐던 RJR나비스코 인수 뒷얘기는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이란 책으로 출간되며 크래비스의 악명(?)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기업인수 시장을 지배해온 크래비스의 권좌는 2000년대 ‘새로운 왕’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는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먼브러더스에서 근무하는 ‘스타 은행가’에 불과했던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65)의 등장이었다.

    ○다른 성장 배경, 그리고 창업

    크래비스와 슈워츠먼의 성장 배경은 달랐다. 크래비스 회장의 아버지인 레이먼드 크래비스는 미국의 유명한 석유기술자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의 동업자였다.

    크래비스는 아버지의 후원으로 명문 기숙학교를 다녔고, 클레어몬트매케나대와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선 기업금융 업무를 맡은 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파트너로 승진했다. 베어스턴스 상사였던 제롬 콜버그, 사촌인 조지 로버츠와 함께 1976년 KKR을 설립했다. KKR은 이들 공동창업자 세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슈워츠먼의 어린 시절은 크래비스에 비하면 평범했다. 할아버지는 필라델피아에서 침구류와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고, 아버지는 가업을 이어받았다.

    공립학교를 나와 예일대에 들어갔으나 전공은 경제학이 아닌 심리학과 사회학이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그를 하버드경영대학원으로 이끌었고,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입사로 이어졌다.

    크래비스가 1980년대 초반 연이어 대형 LBO를 터뜨리며 유명세를 떨칠 당시 슈워츠먼은 리먼브러더스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리먼 재직 당시 31세에 이사 자리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지만 1984년 회사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팔리자 돌연 사표를 냈다. 이듬해 블랙스톤이 탄생했다.

    ○연 20% 안팎의 경이적 수익률

    크래비스는 KKR을 통해 세계 LBO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1980년대에만 세계 최대 식품유통업체 세이프웨이스토어즈(1986년), 배터리업체 듀라셀(1988), 세계적인 음식료업체 RJR나비스코(1989)를 연이어 인수했다.

    이때부터 크래비스는 ‘LBO의 선구자’이자 ‘기업인수의 왕’으로 불렸다. 작년 말 현재 톰슨파이낸셜이 집계한 세계 역대 ‘톱10’ 바이아웃 거래 가운데 4건은 크래비스의 손을 거쳤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 오비맥주 인수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KKR이 설립 이후 2011년까지 거둔 연평균 수익률은 19.0%에 달한다. S&P500지수 수익률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은 뭉칫돈을 싸들고 와 그에게 돈을 불려달라고 부탁했다. 1976년 3100만달러의 출자약정액으로 시작했던 운용자산은 1997년엔 239억달러로 불어났다. PEF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던 2007년엔 470억달러에 달했다. 지금은 590억달러를 운용 중이다.

    슈워츠먼의 블랙스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KKR에 필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블랙스톤은 LBO에만 집중한 KKR과 달리 부동산과 헤지펀드, 부실기업 투자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덕분에 KKR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운용자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7년엔 운용자산이 830억달러로 급증하면서 KKR의 두 배에 육박했다.

    167㎝의 단신인 슈워츠먼은 호전적인 성향으로도 유명하다. 기업인수 사업에 대해 “나는 전쟁을 원하지 작은 접전이 이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공언할 정도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큼 공격적인 입찰가격을 제시해 경쟁자를 물리쳤다. 블랙스톤의 현재 운용자산은 1370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2010년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창립 후 연평균 수익률은 25%에 달한다.
    LBO 역사 쓴 '기업인수'의 왕 vs 1370억弗 '사모펀드' 제왕
    ○왕들의 가시 돋친 신경전

    대형 기업인수 거래마다 맞부딪치는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다.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이 처음 월가에 알려진 것은 1998년 슈워츠먼이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슈워츠먼은 KKR을 ‘한 가지 재주밖에 부릴 줄 모르는 망아지(one-trick pony)’라고 폄하했다. 이익의 90% 이상을 LBO로 내는 KKR의 단편적인 수익구조를 꼬집은 것이다.

    크래비스 회장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는지는 10년 가까이 지난 2007년 알려졌다. 지인들에게 슈워츠먼을 ‘탐욕의 화신’(the poster boy for greed)으로 표현했다는 소식이 주요 언론에 소개되면서다. 이에 분개한 슈워츠먼은 300만달러를 쏟아부은 자신의 호화판 환갑 잔치의 초청명단에서 크래비스를 노골적으로 빼버렸다. 한 PEF 업계 인사가 초청을 제의해봤지만 “크래비스는 단 한 번도 나를 초대한 적이 없다”고 차갑게 거절했다.

    두 사람은 예술작품과 부동산 수집(?)에 있어서도 경쟁자다. 크래비스는 인상파 화가 모네와 르누아르 작품을 소유하고 있고, 루이14세 시대 가구를 수집하는 게 취미다. 슈워츠먼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 작품의 팬으로 알려졌다. 또 크래비스는 팜비치와 파리, 미커 등지에 고급 주택들을 소유하고 있다. 슈워츠먼도 햄튼과 팜비치 등지의 고급 별장에서 휴가를 보낸다.

    결혼은 크래비스가 더 많이 했다. 첫 번째 아내 헬렌 슐먼과 세 아이를 가졌으나 이혼하고, 1985년 유명 디자이너 캐롤라인 로엠과 재혼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도 8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현재의 아내는 캐나다 경제학자이자 방송인 마리 호세 드루인이다. 슈워츠먼은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만난 엘렌 필립스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변호사 출신 크리스틴 허스트와 재혼해 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새로운 성장 스토리

    블랙스톤의 눈부신 성장은 1980년대 KKR에 이어 세계 PEF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슈워츠먼 회장 자신도 돈방석에 앉았다. 슈워츠먼의 재산은 2012년 3월 포브스 기준 55억달러로 세계 184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83억달러 106위)보다는 밑이지만 크래비스(40억달러·276위)를 능가한다. 수입도 슈워츠먼이 많다. 2011년 배당과 연봉으로 1억4850만달러를 챙겨 크래비스(9400만달러)의 자존심을 구겼다.

    2007년 블랙스톤 상장은 두 거물 간 경쟁에서 슈워츠먼이 승기를 잡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블랙스톤은 초대형 PEF로는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41억달러를 모집한 기업공개(IPO)를 통해 블랙스톤은 대규모 운영자금을 확보했고, 슈워츠먼 자신도 일부 지분을 팔아 4억5000만달러를 챙겼다. KKR도 곧바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 상장은 3년 뒤에나 이뤄졌다. 갑작스럽게 닥친 금융위기로 비싼 값에 주식을 팔 기회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의 승승장구가 거듭되고 있지만 여전히 PEF 시장에서 KKR이 갖는 이미지는 강력하다. KKR의 ‘비밀스럽고 강력한’ 움직임은 종종 사모펀드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새로운 왕’ 슈워츠먼의 독주가 지속된다면 KKR의 위상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크래비스는 ‘기업인수의 왕’보다 ‘전설 속 왕’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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