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육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
본지가 지난 16일자 A1면에 보도한 ‘93조원 퍼붓고도 욕먹는 정부’란 제목의 기사가 나가자 당사자인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들 대다수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 원장이 월 1000만원가량을 가져간다는 기사에 언급된 사례에 관심을 보였다.

대구 동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독자는 “지역이나 보육시설마다 차이가 얼마나 큰데 특정 사례만 부각시킨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 강남구의 또다른 어린이집 원장도 “수입은 맞지만 지출에서 누락된 게 많은 것 같다”며 “물가는 오르고 정부가 주는 보육료는 작년 수준으로 동결돼 오히려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무상보육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 제법 큰 어린이집을 경영하고 있다는 문모 원장은 “무상보육이라고 하니 정부가 어린이집에 직접 돈을 주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학부모 부담을 줄여준 것이지 우리 입장에서는 수입이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모들은 어린이집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지 불안하다며 정부의 무대책을 질타했다.

[취재수첩] 보육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
실제 기사를 접하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경북 구미의 한 보육교사는 “원장이 통장에 입금된 월급 130만원 중 20만~30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서울시조차 지난해 실시한 현장조사를 통해 아동 및 교사를 허위등록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어린이집 135개소를 적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일선현장에서 부모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 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보육의 공공성에 걸맞게 어린이집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학부모나 보육교사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자녀들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고, 어린이집 원장들은 정부 지원으로 ‘떼 돈을 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을 아끼지 않는 다수의 선량한 어린이집 원장들이 엉뚱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는 하루빨리 투명한 보육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호기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