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약 평가] 여야, 전면 무상보육 공약 '도토리 키재기'…"세금 낭비에 불과"
한국경제신문 총선공약 평가단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 공약에 대해 전반적으로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비해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복지 확대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더라도 재원조달 방안을 철저히 검증해 후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식의 무책임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가단이 18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주요 복지 공약 10개(각 5개)를 검증한 결과 새누리당은 6.1점(10점 만점), 민주당은 4.95점을 받았다. 복지 공약의 필요성 측면에서 새누리당이 6.26점으로 민주당(5.08점)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데 이어 실현 가능성에서도 새누리당(5.94점)이 민주당(4.82점)보다 좋게 평가됐다.

○“무상보육 확대는 포퓰리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무상보육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 5세 이하 전 계층 어린이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고, 보육 시설에 다니지 않을 경우 일정 금액의 양육수당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새누리당은 국공립 기준(표준) 보육료를, 민주당은 민간 어린이집 기준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정도다. 양육수당의 금액조차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5세 10만원 등으로 똑같다.

평가단은 이 같은 무상보육 공약의 필요성에 대해 새누리당은 4.58점, 민주당은 4.76점을 줬다. 실현가능성도 새누리당 5.11점, 민주당 4.82점으로 낮게 봤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형적인 퍼주기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 교수는 “부자에게까지 보육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육시설 확충은 필요”

새누리당은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설치 의무 요건을 현행 공동주택 300가구 이상에서 200가구 이상으로 강화하고, 초등학교 내 ‘온종일 돌봄교실’도 기존 1000개에서 3000개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현재 전체 5%에 불과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30~4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평가단은 이들 공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육시설 설치 의무 요건 강화에 대한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은 각각 6.78점, 6.45점으로 집계됐다.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도 7.05점, 6.23점을 각각 기록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역시 6.40점, 5.16점으로 민주당 공약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보육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곤란”

민주당이 공약한 ‘초·중학생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필요성은 5.16점, 실현가능성도 5.49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편적 무상급식보다 취약계층 자녀를 위해 영양급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친환경 급식과 무상급식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 이를 억지로 결합해 유권자를 혼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의무교육은 “OK”

새누리당의 ‘고교 의무교육’과 민주당의 ‘대학 반값등록금’ 공약은 상반된 평가 결과를 보였다. 고교 의무교육의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은 각각 6.69점과 6.35점으로 높았지만 대학 반값등록금을 위한 상한제 및 후불제 실시는 4.27점, 4.04점으로 낮았다.

안 교수는 “고교 의무교육이 대학 반값등록금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등록금 지원은 취약계층 위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게 등록금 문제의 본질”이라며 “등록금 자체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이호기/이지훈/고은이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