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스타트…공공기관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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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못 올린 에너지기업 실적 '전전긍긍'
'자리' 걸린 기관장 대상 '사설 컨설팅' 제안도
'자리' 걸린 기관장 대상 '사설 컨설팅' 제안도
한 대형 공기업의 성과관리팀에 근무하는 A씨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앞두고 걱정거리가 생겼다. 지난해 경영 성과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대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주로 사다 쓴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사회공헌’ 지표와 평가 비중이 커진 ‘정부 권장정책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작년에 중소기업 제품을 더 많이 써야 했다.
◆다음달 27일까지 실사
공공기관 평가단은 109개 공공기관에 대한 방문 실사를 19일 착수했다. 다음달 27일까지 개별 기관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 5월 중순까지 보고서 초안을 만든다.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 평가 실사에 대비해온 공공기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6월 발표가 나오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연임 여부는 물론 임·직원의 성과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영실적 부문에선 작년 경기 둔화와 공공요금 인상 억제 여파로 전년보다 실적이 나빠진 곳이 많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했는데도 판매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전긍긍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작년에 전기요금이 매우 낮게 책정돼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였다”며 “물가 안정에 기여한 부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그 대가로 재무구조 항목에서 나쁜 점수를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적 보고서 통째 외우기도
경영실적 보고서를 만들고 평가단 실사 준비에 ‘올인’하는 관행은 올해도 여전하다. 한 농업 관련 공공기관은 지난 1월 실적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아예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성과관리팀은 물론 재무팀 등에서 13~14명을 차출했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TF팀에서 두 달간 작성한 실적보고서를 토대로 평가단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기 위해 내용을 모두 숙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기관장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 장사’마저 등장하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사장은 “사설 학원에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한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홍보 이메일이 여러 차례 날아왔다”며 “(경영실적 평가의)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사업처럼 인식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소명 기회 부족하다” 불평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벌어지는 ‘과열’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개선 조치를 마련했다. 예컨대 실적보고서 분량을 작년 500페이지에서 올해 300페이지로 줄이도록 했다. 평가단이 기관을 방문했을 때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프레젠테이션(PT)도 없애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올해 실적보고서를 200페이지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와 보고서 작성 시간은 작년에 비해 줄었다”며 “PT도 하지 않으니까 실사에 대비하는 서류 작업이 줄어든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실적 등이 부진한 일부 공공기관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공기업 담당자는 “평가지표 수가 줄어든 데다 보고서 분량마저 줄여야 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며 “실적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500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했는데 갑자기 300페이지로 줄이라고 해서 요약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서보미/이정호 기자 bmseo@hankyung.com
올해 신설된 ‘사회공헌’ 지표와 평가 비중이 커진 ‘정부 권장정책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작년에 중소기업 제품을 더 많이 써야 했다.
◆다음달 27일까지 실사
공공기관 평가단은 109개 공공기관에 대한 방문 실사를 19일 착수했다. 다음달 27일까지 개별 기관에 대한 평가를 마친 뒤 5월 중순까지 보고서 초안을 만든다.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 평가 실사에 대비해온 공공기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6월 발표가 나오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연임 여부는 물론 임·직원의 성과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영실적 부문에선 작년 경기 둔화와 공공요금 인상 억제 여파로 전년보다 실적이 나빠진 곳이 많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했는데도 판매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전긍긍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작년에 전기요금이 매우 낮게 책정돼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였다”며 “물가 안정에 기여한 부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그 대가로 재무구조 항목에서 나쁜 점수를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적 보고서 통째 외우기도
경영실적 보고서를 만들고 평가단 실사 준비에 ‘올인’하는 관행은 올해도 여전하다. 한 농업 관련 공공기관은 지난 1월 실적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아예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성과관리팀은 물론 재무팀 등에서 13~14명을 차출했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TF팀에서 두 달간 작성한 실적보고서를 토대로 평가단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기 위해 내용을 모두 숙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기관장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 장사’마저 등장하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사장은 “사설 학원에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한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홍보 이메일이 여러 차례 날아왔다”며 “(경영실적 평가의)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사업처럼 인식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소명 기회 부족하다” 불평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벌어지는 ‘과열’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개선 조치를 마련했다. 예컨대 실적보고서 분량을 작년 500페이지에서 올해 300페이지로 줄이도록 했다. 평가단이 기관을 방문했을 때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프레젠테이션(PT)도 없애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올해 실적보고서를 200페이지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와 보고서 작성 시간은 작년에 비해 줄었다”며 “PT도 하지 않으니까 실사에 대비하는 서류 작업이 줄어든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실적 등이 부진한 일부 공공기관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공기업 담당자는 “평가지표 수가 줄어든 데다 보고서 분량마저 줄여야 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며 “실적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500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했는데 갑자기 300페이지로 줄이라고 해서 요약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서보미/이정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