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들고 즐거움 함께하는 것이 곧 따뜻한 봄이거늘…
‘세상일에 갈래가 많아 만남이 곧 이별,(世事多端逢卽別)/술동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 새벽닭이 운다.(酒樽未竭曉鷄鳴)/본디 바닷물은 짜기가 비할 바 없나니(由來海水鹹無比)/그대여, 배 안에서 눈물 뿌리며 가지 말게나.(君莫船中灑淚行)’ (‘기쁘게 옛 친구를 만났으나 이튿날 먼 이별을 하다(喜逢故友而翌日遠別)’)

한시(漢詩)는 어렵고 딱딱하며 진부하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중국 문학 연구자 강성위 씨(사진)의 세 번째 한시집 《술다리(酒橋)》(푸른사상)는 이런 편견을 금세 날려 버린다. 한시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내용은 현대적이다. 현대인의 삶과 애환을 한시만의 독특한 멋으로 풀어냈다.

표제로 쓰인 ‘술다리’는 술이 사람의 고독한 심사를 교통하게 해주는 다리라는 뜻. 시집에는 ‘술을 대하고서(對酒)’ ‘겨울날에 울적한 회포를 풀다(冬日遣懷)’ ‘봄을 맞으며 감회가 있어(迎春有感)’ ‘꽃 핀 뒤 눈 내리는 밤에(花後雪夜)’ ‘새 달력을 받고(新曆見贈)’ ‘집사람이 금연을 재촉하다(妻促斷煙)’ ‘우리 집이 싫어하는 것(吾家所嫌)’ 등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 80수의 한시가 번역문과 함께 실려 있다.

이 가운데 ‘冬日遺懷(동일유회)’는 겨울날 벗과 술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자 하는 심경을 잘 표현한다.

‘기쁜 교분이야 오랜 사귐 새 사귐 구분이 없지만(歡交無舊亦無新)/그저 한스럽기는 일이 많아 만날 때가 잦지 않다는 것(但恨事多逢不頻)/하늘 얼고 땅 어는 게 무어 탄식할 것이랴!(天凍地氷何足嘆)/술잔 들고 즐거움 함께하는 것이 곧 따뜻한 봄이거늘(含杯共樂是陽春)…’

‘吾家所嫌(오가소혐)’은 가족들이 싫어하는 것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딸아이는 몸이 살찌는 것을 싫어하고(女息惡身肥)/나는 시구가 졸렬한 것을 싫어하는데(愚生嫌句拙)/우리 집사람은 두 부녀가(荊妻厭兩人)/걸핏하면 끼니 거르는 걸 싫어한다네.(動輒休餐)’

강씨는 일상적인 소재를 시에 담아내며 한시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는 한시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